감사원 방화위반 발표/대형업체 봐주기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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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백화점·특급호텔등 「힘있는 곳」 제외/소극장·재래시장등 「피라미」만 공개
감사원이 대형건축물의 방화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특급호텔이나 백화점 등의 위반사실은 쏙 뺀채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자잘한 건물만을 위반사례로 발표해 빈축을 사고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롯데백화점 잠실점·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대형백화점들과 리버사이드·삼정·유성관광호텔 등 특급호텔 등 무려 3백6곳의 대형건축물이 방화시설이 제대로 안돼 있음을 찾아냈다.
이들은 정도차이는 있지만 방화시설을 설치하고도 관리가 부실해 작동이 제대로 안되거나 아예 시설조차 미비된 곳도 상당수 있는 등 건축물마다 5∼6건씩의 위반사례가 감사에서 들통났다.
특히 롯데 잠실점의 경우 창고마다 상품을 가득 쌓아놓고 화재발생때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끔 돼 있는 등 무려 8건이나 적발이 됐다.
감사원은 또 대형화재의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는 건물로 아시아나·럭키·공평·국제화재·현대해상보험·대우센터·선경·삼성빌딩(을지로)·대한재보험빌딩 등 초대형 빌딩들을 다수 찾아냈다.
그러나 2일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결과 자료에는 이들의 명단은 아예 빠지고 소극장·유흥음식점·재래시장 등 소위 힘없는 중소업자들 위주로 위반사례가 나열돼 있어 감사원이 「힘없는」 사람들만 희생양으로 발표한게 아니냐는 지적을 낳자 이날 오후 부랴부랴 이들 건물들을 발표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위반정도가 심한 건축물 위주로 사례를 선정하다보니 대형건물들이 빠진 것 같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롯데백화점 예에서 보듯 대형건축물일수록 위반사례가 많고 위반정도가 심한 점으로 볼때 왜 감사원이 이들을 감싸고 도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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