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대책위 해단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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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여의도 엔빅스빌딩 7층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캠프 대회의실. 박 후보 캠프 해단식이 열리고 있었다. 홍사덕.안병훈 공동선대위원장과 최경환.유승민.이혜훈.김재원 의원, 원외 위원장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분위기는 숙연했다. 송영선 의원 등 일부 참석자는 눈물을 쏟아냈다.

홍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표가 현존하는 정치인 중 가장 강력한 지지기반을 가진 인물임이 확인됐다"며 "동지애를 오래 지속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병렬 상임고문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 낸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에서 박 후보 근처에 갈 만한 정치인은 없다"고 강조했다.

상황실장을 맡았던 최경환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미완의 당원 혁명을 이끌어냈다"며 "하지만 결과엔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그게 박 후보의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로 우리 캠프는 문을 닫는다"며 캠프 해체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자 숨죽여 울던 참석자들의 흐느낌이 더 커졌다.

박 후보는 이날 회의에 오지 않았다. 대신 유정복 비서실장을 통해 "동지 여러분께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혹여 우리 식구들이 불필요한 혼란이나 오해를 하지 않도록 자제해 달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박 후보 팬클럽인 '박사모'는 경선 불복종을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박사모의 정광용 회장은 이날 오후 "이번 선거는 총체적인 부정선거"라며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삭발식을 했다.

박 후보 캠프가 공식 해체됨에 따라 캠프 핵심 인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위원장은 "생업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부사장을 지낸 그는 출판사를 운영 중이다. 캠프 합류 전 그는 출판사 사장 외에도 LG상남언론재단 이사장 등 10여 개의 공식 직함을 갖고 있었지만 박 후보를 도우면서 모두 사임했다.

홍 위원장은 거취를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혹시 이명박 후보가 요청하면 도와주는 것이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홍 위원장의 한 측근은 "경선이 시작되기 전 이 후보 측에서 외연 확대 부분에서 도움을 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5선 의원을 지낸 홍 위원장은 정균환(대통합 민주신당) 최고위원, 유용태(민주당) 전 의원 등 범여권 인사들과 상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교동계 세력과 호남 지지세를 얻는 데 홍 위원장이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청원 상임고문은 22일부터 일주일간 해외에 나가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그는 "선거운동에 너무 지쳐 한 일주일 푹 쉬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을 도울 수 있느냐는 질문엔 "그쪽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면서 "우리가 승복은 하지만 아주 진 게 아니지 않나. 당원과 민심이 이미 이 후보를 떠난 것 아니냐"며 "지금은 우리 캠프와 뜻을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최병렬 상임고문은 "이 후보 측이 부탁하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돕기야 하겠지만 그 캠프에서 내가 할 일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가영 기자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준말. 17대 총선 직전인 2004년 3월 CF 감독 정광용(현재 박사모 회장)씨가 인터넷 공간에 만든 1인 카페에서 출발해 4만6200여 명의 열성 회원을 가진 박근혜 팬 카페로 성장했다. 인터넷에서 박근혜 후보를 비난하는 세력과 맞서는 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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