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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회계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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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얼마 전 2006년 재무제표를 공개했다고 한다. 그것도 자체적으로 집계한 수입·지출 내역서가 아니라 외부 회계법인에 정식으로 의뢰한 감사 결과였다. 서울대교구는 매년 회계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 천주교는 물론 모든 종교단체를 통틀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간 천주교나 일부 개신교회가 자체 집계한 회계내역을 주보 등을 통해 공개하긴 했지만, 이처럼 공신력 있는 회계공개는 처음이다.

 우리는 한국 천주교의 본산이자 상징적 존재인 서울대교구의 이번 조치를 환영한다. 아울러 이 같은 투명한 회계관리가 개신교나 불교 등 타 종교단체에도 확산되기를 바란다.

 그간 종교인이나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국민 개세(皆稅)의 원칙에 따라 종교인이나 종교단체에도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엔 대부분 국민이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종교활동을 근로활동으로 볼 수 없다는 종교계의 주장을 정부가 묵시적으로 받아들인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종교단체의 막강한 파워 때문이었다. 그래서 종교단체의 법인세나 종교인의 소득세 면제가 해방 이후 지금까지의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관행은 따지고 보면 정치권과 종교계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공생 관계 때문이었다. 정통성도 부족한 데다 한 표가 아쉬웠던 역대 정권은 종교계의 표를 의식해 비과세라는 당근을 제시해 왔다. 그러니 종교계는 헌금이나 기부금을 아무런 제재 없이 제멋대로 쓸 수 있었다. 한마디로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었고, 복마전 같다는 비판도 나왔다. 심지어는 연말정산용 가짜 기부금 영수증을 발부하다 적발되는 종교단체까지 있었다. 이는 신성한 종교에 대한 모독이었다.

 종교단체에 대한 불신의 근원이었던 이런 주먹구구식 회계관리는 이제 끝내야 한다. 다른 종교단체들은 서울대교구를 따르기 바란다. 투명한 회계관리가 자연스레 종교계에 대한 과세 논의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처럼 종교계가 환골탈태하면 선교나 포교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