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땅부자가 큰폭 증식/공직자 재산변동 내용을 보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월급·이자모아 수천만원” 신고 많아/세금·생계비등 지출로 감소 경우도
지난해 여름 공개됐던 국회의원·판사·고위정부관리 1천1백여명의 재산이 7개월만에 얼마나 달라졌는지가 28일 공개됐다.
행정부 공직자의 경우 등록재산의 평균은 9억1천여만원이었다.
이번에 신고된 평균변동액은 9백16만1천원 증가다. 따라서 7개월 사이에 1%밖에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 이자율에도 훨씬 못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의 경우에는 여전히 땅 등 부동산과 관련된 재산증식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상당수가 수천만원대의 봉급저축·금융재산 증식을 신고하고 있어 윤리위의 엄격한 검증이 요구되고 있다.
▷입법부◁
○…국회의원의 경우 재산이 변동된 사람은 2백38명이며,김종필 민자당 대표·김윤환의원(민자)·김원기 민주당 최고위원·김말룡의원(민주) 등 57명은 증감이 없었다.
재산이 증가한 1백46명의 의원 가운데 1억원 이상 증가한 의원은 모두 9명이며 증가 1위는 21억9천3백만원이 늘어난 민자당 최돈웅의원이 차지.
최 의원은 지난해 11월 (주)경월을 동양맥주에 매도하면서 주당 6천원에 매입해 둔 타인명의의 경월 주식 약 11만9천주와 자신과 배우자 소유주식 약 15만8천주(비상장주이므로 지난번 공개때 주당 5천원으로 계산)를 주당 3만2천원,총 90억여원에 매각,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최 의원은 주식매각대금에서 타인명의 주식매입자금 7억6천만원,증권거래세 7억1천만원,사채상환 52억원,생활비 등을 제외한 약 22억원을 예금했다고 신고.
증가순위 2위는 동양철관을 소유한 박재홍의원(민자)으로 회사 주식 무상증자를 통해 주식 약 1만9천주,7억4천만원이 늘어났고 예금도 약 4억7천만원 증가. 이에 따라 총재산이 약 75억원으로 늘어난 박 의원은 총재산 순위 21위에서 17위로 뛰어 올랐다. 김상현의원(민주)은 부인이 작고한 부친으로부터 서울 신길동 대지 2백18.8평방m(4억원)와 예금 2천5천만원 등 지난번 신고재산(5억7천만원)보다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바람에 증가순위 3위에 올랐고 총재산순위도 1백95위에서 1백44위로 급부상.
▷사법부◁
○…재산증가액이 가장 많은 법관은 재산공개 당시 78억5천8백만원을 신고해 법관 재산순위 1위였던 이종찬 제주지법원장으로 밝혀졌다.
이 법원장은 이미 납부했던 세금부과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져 되돌려받은 8천6백만원을 추가로 신고해 총재산이 79억4천여만원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번에는 재산순위 1위뿐 아니라 재산변동액도 가장 많은 법관이 됐다.
한편 1억원 이상의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한 고위법관은 모두 3명으로 이중 강철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재산공개 당시 처가에서 빌린 돈을 신고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새로 신고해 1억5천만원이 감소했으며 이종욱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세금납부 등으로 1억5천만원이 줄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1억5천1백만원의 재산이 줄었다고 신고한 김적승 부산지법 동부지원장은 아파트를 판뒤 받지 못한 잔금 1억원을 채권신고에서 누락해 윤리위에 소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
○…정부 공직자 6백80명중 21%가 변동이 없고 20%가 재산이 줄었지만 36%는 재산을 7개월만에 1천만원 이상을 불려 우리나라 공직자들의 재산증식 솜씨가 만만치 않음을 입증.
대부분은 봉급저축·예금이자·주식투자수익 등으로 재산이 늘어났다고 소명하고 있는데 2억∼3억원짜리 굵직한 증식은 대체로 땅·건물 등과 관련된 것이어서 다시 한번 부동산이 위력을 과시.
1급중에서 최고증식을 기록한 김수장 법무부 보호국장은 충주시 목행동의 공공용지 5필지에 대한 보상금으로 3억2천7백87만원이 늘었다.
최종욱 토지개발공사 감사도 충남 보령군 웅천면 황교리 산 2필지가 국가사업에 편입돼 보상금으로 2억8천6백57만원을 받았다. 재산이 제일 많이 줄어든 임선재 천안공전 학장은 온양시 온천동에 건물을 짓느라 예금 등에서 3억8천7백여만원이 빠져나갔는데 건물이 완공되면 증액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막대한 토지에 대한 세금을 내느라 재산이 줄어든 경우도 있다.
76억6천8백만원을 신고해 행정부 1위를 기록했던 김광득 해운항만청 차장은 재산세를 내기 위해 은행에서 3천만원을 빌려 2천7백79만원이 감소한 것으로 신고했다.
61억9천2백만원으로 3위인 서상기 한국기계원 원장도 용인군 수지면에 있는 땅 등에 대해 토초세 1천여만원을 물었다. 서 원장은 지난해 7월12일 재산등록직후 남서울·장원 컨트리클럽 회원권을 5천만원에 처분하는 등 재산이 1억5천4백90만원 줄어들었다.
퇴직금도 재산증식에 한몫을 했다. 정재석 경제부총리는 교수인 부인의 퇴직금 등으로 2천6백50여만원,김덕 안기부장은 자신의 외대 교수 퇴직금으로 3천6백77만원의 불었다.
김도언 검찰총장은 5개월여동안 가족이 생활비로 쓰느라 예금·주식 등에서 3천7백67만원이 감소했다고 신고.
재산증식 1위에 오른 황우여 감사원 감사위원은 부인이 예금·채권 등 4억6천여만원을 상속받았는데 재산총액이 5억3천여만원에서 거의 두배로 뛰어 올랐다.
상당수의 공직자들이 봉급저축·예금증가 등으로 재산이 늘었다고 주장했는데 봉급액수에 비해 증가분이 너무 큰 경우도 더러 눈에 띄었다.<이상언·김진·이상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