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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정보 왜곡(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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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미주리주의 작은 마을 타임스비치는 여름이면 비포장도로에서 심하게 날리는 먼지 때문에 주민들의 고통이 심했다. 마을 주민들은 먼지를 없애기 위해 지난 71년부터 도로에 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쓰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선 기름을 뿌린 다음날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참새떼가 떨어져 죽는가 하면 개와 고양이·말들이 계속 죽어갔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설사·두통·흉곽통 등을 앓기 시작하더니 신장·후두·폐 등에 암이 발생하고 임신부는 사산하는 사태까지 일어나는 것이었다.
10년이나 지난 82년에야 미연방 환경처가 원인조사에 나선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기름을 뿌리기로 계약했던 회사가 경비를 줄이기 위해 기름 대신 인금 화학공장에서 나온 폐유를 도로에 뿌렸고,이 폐유속에 함유된 유독성 물질 다이옥신이 공기와 물·흙에 흡수돼 사람과 동물들에게 치명적인 해를 미친 것이다. 폐유와 다이옥신에 대한 무지가 수많은 가축과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마을을 폐허로 만든 것이다.
무지보다 훨씬 개탄스러운 것은 환경오염 사실을 고의로 은폐하거나 호도하는 짓이다. 한달여전 낙동강 오염파동 때도 그랬고,경기도내 하수처리장 시설에 대한 감사결과 발표때도 그랬다. 공해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공공기관들이 환경정보를 독점하고 이를 왜곡해서 국민을 속이고 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 때문에 민간단체나 학자들이 나서면 조사를 방해하거나 그 결과를 부인하느라 안달이다. 그런 사례를 들자면 한이 없다.
25일 국회 보사위에서 있은 위증폭로는 더욱 악랄한 국민기만의 사례다. 작년 10월에 국회에서 있었던 목동 쓰레기소각장의 배출가스검사 결과에 대한 증언이 실제보다 축소조작됐다고 이를 조사했던 한 민간공해연구단체의 책임자가 폭로했다. 이 책임자는 관련기관 고위층의 압력때문에 당시 거짓증언을 했었노라고 실토한 것이다.
공해에 관한 정보는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그래야만 각자가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게 되며,자발적인 공해배출억제를 유도함으로써 공해감축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타임스비치의 주민들이 비포장 길에 폐유를 뿌렸다는 정보만 사전에 알았더라도 이 마을의 비극은 미리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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