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 왜 「칼」 들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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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결국엔 환자들 피해”… 수술 착수/경쟁입찰로 약품구매 유도 방침
공정거래위원회가 병원과 제약회사간의 「뒷돈거래」에 손을 댄 것은 이들의 불공정행위가 결과적으로 환자들에게 손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이들의 비리를 캐기보다는 제도개선을 통해 앞으로는 병원환자들이 약값 바가지를 쓰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데 더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제도개선과 관련,공정거래위는 우선 행정지도를 통해 사립병원도 국공립병원과 같이 경쟁입찰을 통해 약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립병원들은 수의계약으로 약품을 납품받고 있는데 이같은 방식이 비리를 낳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제약협회·병원협회·의약품도매협회 등 3개 협회가 공동주관해 「자율공정경쟁규약」을 상반기중 만들어 운영하도록 했으며 임상연구·의학발전 등을 위해 제약회사가 병원에 주는 일반기부금은 허용하되 약품거래와 관련한 기부금은 일절 금지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는 병원과 제약회사들간의 문제가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는게 중론이다. 현재의 의료보험 수가체계로는 병원들의 재정상태가 여전히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병원들은 제약회사로부터 사례금을 받는 것외에 환자들에게 치료비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에 일반기부금을 허용한다는 발표도 그동안 암묵적으로 행해진 뒷돈거래를 양성화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비정상적인 의료보험제도로 인해 누적되는 병원들의 열악한 재정구조를 누군가 분담해야 하는 「필요악」으로 파악하는 듯한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측에 건네진 돈 가운데 상당액이 병원시설 등 공적인 부분이 아닌 의사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 용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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