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전쟁’ 은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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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저도화(低度化) 경쟁이 끝이 없다. 생산업체들이 소비자 기호 변화에 맞춰 ‘순한 맛’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소주업계 1위 진로는 ‘참이슬 fresh(후레쉬)’ 출시 1주 년인 20일부터 19.5도 리뉴얼 제품을 출시한다. 알코올 도수를 기존 19.8도에서 0.3도 낮춘 것. 청결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상표 디자인도 조금 바꿨다. 진로가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낮춘 것은 지난달 경쟁업체인 두산주류가 알코올 19.5도의 ‘처음처럼’ 리뉴얼 제품을 내놓은 데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소주의 저도화 바람은 1990년대 후반부터 불었다. 98년 진로가 25년 만에 도수를 2도 낮춘 23도 참이슬을 출시하면서 소주 업계는 경쟁적으로 알코올 함량을 낮춰 왔다. 22도, 21도로 낮아지더니 급기야 지난해 2월 두산주류가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20도로 내려갔다. 이때 진로는 20.1도 제품으로 맞불을 놓았다.

 소주의 고유한 맛을 지키는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20도 벽이 깨진 것은 지난해 8월 진로가 19.8도짜리 ‘참이슬 후레쉬’를 내놓으면서. 이후 지방 주류업체들까지 ‘순한 소주’ 전쟁에 가세했다. 부산·경남권의 대선주조와 무학은 16.9도의 초저도 소주 ‘씨유’와 ‘좋은데이’를 출시했다. 대구의 금복주는 ‘더 블루’(17.9도), 대전의 선양은 ‘맑을린’(19.5도)을 잇따라 내놓았다.

소주 회사들은 도수를 낮추는 대신 ‘부드럽고 깨끗한 맛’을 낸다는 새 제조공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다. 이번에 출시된 ‘참이슬 후레쉬’ 리뉴얼 제품은 설탕이나 액상과당 대신 핀란드산 순수 결정과당을 사용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지난달 선보인 두산주류의 ‘처음처럼’ 리뉴얼 제품은 물 입자가 작은 알칼리 환원수에 회전 파동을 가하는 공법으로 맛을 더 순화했다고 강조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20도 벽이 허물어진 만큼 어디까지 내려갈지 섣불리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주 맛이 밍밍해졌다”는 주당들의 불만도 일부 있어 계속 도수를 낮추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지방업체가 출시한 일부 초저도 소주는 반응이 기대한 만큼 좋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소주업계가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고도주에서 저도주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아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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