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주요인물 자료] 北 파워엘리트 '깜짝 인물'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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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과거 경력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신진 인사들이 북한의 파워 엘리트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통일부가 북한의 파워 엘리트 3백99명의 경력을 정리해 펴낸 '북한의 주요 인물-2003'에서 잘 드러났다.

지난해 7월 1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처음 선출된 백세봉이 대표적 인물. 그는 지난해 9월 일약 국방위원회(위원장 김정일) 국방위원으로 뽑혔지만 과거 행적이 전혀 파악되지 않아 신임 호위총국장이란 설, 군수를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이란 설 등 추측만 무성하다.

통일부 자료에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방위원이란 현직만 나와 있을 정도다. 지난해 7월 남포시 인민위원장에 기용된 이호현도 경력이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경우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내각의 상.부상급(장.차관급) 경제 관료, 지방 인민위원회 등의 행정 관료 등이 지난 몇년간 대거 새로운 얼굴로 바뀐 것으로 드러났다. 대남 관계 담당자 중에는 각종 남북대화와 교류에 자주 모습을 드러낸 최승철(48.조선아시아 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전종수(41.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김만길(문화성 국장) 등 40대들이 주요 인물로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것은 북한이 2002년 7월부터 경제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개혁을 이끌 젊고 실력 있는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인사 관련 자료는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담당한다. 특히 당.정.군 국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는 조직지도부가 전담하고 있는데, 이 부서의 부장을 金위원장이 겸직하고 있다. 1998년 金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공식 취임한 이후에는 조직지도부의 인사권한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고위 탈북자는 "金위원장은 아주 중요한 직책만 자신이 직접 임명할 뿐 대부분 조직지도부에서 올린 안을 그대로 수용하고 차후 업무를 통해 검열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金위원장이 직접 발탁하는 중요 직책이란 노동당의 경우 당 비서를 비롯해 주요 부장 및 제1부부장, 당내 양대 핵심부서인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일부 부부장,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는 재정경리부나 38호실 및 39호실 실장과 부실장 등이고 군의 경우 총정치국장,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조직 및 선전 담당 부총국장, 정찰국장 등 요직과 인민보안상, 호위총국 주요 간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 주요 부서에는 아직도 30년대에 출생한 간부들이 포진하고 있어 최고위층은 여전히 고령화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연형묵(국방위원회 부위원장).김영춘(인민군 총참모장).김일철(인민무력부장).김두남(금수산기념궁전 관장) 등 북한 최고위층에 포진한 19명은 만경대혁명학원 출신이다. 이는 항일 무장투쟁 경력의 인물과 이들의 후손에 대한 예우를 통해 주민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배려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통일부가 정리한 3백99명을 지역별로 보면 함경도(42명)와 평안도(33명).평양(18명) 출신이 가장 많았다. 서울(4명).경북(3명).경기(1명)등 남한 출신 인사들도 일부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학교별로는 김일성종합대학 출신(51명)이 가장 많았다. 국제관계대학과 평양외국어대학이 그 뒤를 이었는데,이 학교 출신들은 주로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자료는 새로 등장한 북한의 파워 엘리트들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간중간에 '옥에 티'가 발견돼 아쉬움을 준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동명이인(同名異人)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것. 실제로 지난해 10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용순 전 비서의 경력란에는 이집트 대사를 지낸 김용순, 강원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김용순 등 '동명 3인'의 경력이 섞여 있다. 또 통일부 자료에는 김충일이 90년대 초부터 김정일 서기실(비서실에 해당) 부부장으로 재직한 것으로 돼 있으나 91년부터 97년까지 함북 행정경제위원회장을 지낸 또 다른 김충일의 활동까지 경력란에 포함시켜 놓았다.

정창현.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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