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특급시' 된 남포, 개방 준비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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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9일 북한이 남포직할시를 새로운 행정구역인 '특급시'로 개편함에 따라 북한이 남포항의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일고 있다. 북한의 행정체계는 도.직할시-시.군-읍.리(동)로 편제돼 있어 특급시는 이번에 처음 등장한 행정구역이다.

정부 관계자들과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갑작스럽게 남포를 특급시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아직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남포시가 ▶북한 최대 무역항이고▶그동안 특구지정이 꾸준히 거론돼 왔으며▶2002년 10월 신의주행정특구 개발계획에 이어 11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지구 관련법이 발표된 전례를 볼 때 개방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은 이미 1997년 10월 남포를 '보세가공지대'로 지정할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

특히 북한은 실패한 신의주 특구를 대신해 비교적 투자 조건이 양호한 남포시에 해외 자본을 유치하려 한다는 분석이 유력하다.이와 관련, 중국의 하이난(海南)섬 개방 사례가 주목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중국이 88년 하이난섬을 하이난(海南)성으로 승격시켜 대외개방 경제정책을 섬 전체에 실시해 일본과 홍콩 등 화교자본을 대대적으로 유치했던 것처럼 북한이 남포시를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교두보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포시가 특급시가 되면서 북한을 대표하는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대안중기계연합기업소 등이 떨어져 나가고 부두가 자리잡고 있는 항구구역과 서해갑문, 휴양시설이 있는 와우도구역만 남은 것을 볼 때 남포시는 과거 우리의 마산수출자유지역과 같은 보세가공무역 구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미 2002년부터 남포항 부두 확장공사에 착수해 북한 최초의 잔교(棧橋, 부두에서 선박에 걸쳐놓아 화물을 싣고 내리는 다리)식 컨테이너 부두를 건설 중이며 이것이 완공되면 남포항의 하역능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 자체의 노력만으로 남포시의 항만과 도로 등 사회간접시설을 건설하기는 벅찬 경제상황이기 때문에 외국 자본 유치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홍익표 연구원은 "북한은 90년대 초부터 남포에 공단부지를 조성하고 대외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평화자동차공장 외에는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며 "남포특급시 설치는 유럽.중국.동남아 국가의 투자를 유치해 개방된 무역항으로 만들려는 구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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