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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사태해결 실마리는 잡혔지만…/새 외교전장화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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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러시아 적극 개입 목소리 커져/사라예보등 「제2베를린」 가능성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습 보류조치로 위기를 한고비 넘긴 보스니아의 22개월동안 계속돼온 유혈사태가 진정되고 러시아·독일 등이 국제평화회담을 제의하는 등 내전종식을 위한 실마리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공습보류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이같은 움직임이 92년 4월 내전 발발이후 보스니아내 세르비아계의 만행­나토의 공습경고­진정국면­내전격화로 이어져온 악순환을 완전히 끊을 수 있을지는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번 상황이 다른 점은 지금까지 세르비아계의 인종청소나 내전종식문제에 대해 거의 방관자 입장을 취해온 러시아가 적극 개입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나토와 일전을 불사하며 20일로 정해진 최후통첩을 거부해오던 세르비아계를 설득해 전쟁을 피하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4백명의 유엔보호군을 파견하는 한편 국제정상회담을 제의하고 나서는 등 전례없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서방측은 이번 사태의 최대 결실로 보스니아 유혈사태가 일단 진정됐다는 점을 들고 있다.
헬무트 콜 독일 총리·프랑스 등은 또 이번 공습 보류이후 어느정도 안정된 보스니아 상황이 아예 내전종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국제회의·유엔안보리 소집 등을 제의하고 있다. 서방측 지도자들은 사라예보 작전을 세르비아계가 포위하고 있는 투즐라·모스타르·비하치 등의 도시를 구출하는데 적용하는 문제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또 세르비아계에 대한 공세의 여세를 몰아 보스니아 평화회담에서 더욱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역시 러·미·영·독·불 정상회담을 제의한 상태다. 그러나 러시아의 적극적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즉 러시아는 전통적 우방인 세르비아계를 고무시켜 이들을 평화협상에서 더 강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보스니아가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측과 러시아의 외교경쟁의 장으로 변해 사라예보를 비롯한 전략적 가치가 높은 도시들이 키프로스나 베를린처럼 분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사라예보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어쨌든 보스니아 내전종식의 열쇠는 러시아나 서방측이 아닌 회교계·세르비아계·크로아티아계 등 내전 3개 정파가 갖고 있다. 이들은 이달초 결렬된 협상테이블을 조만간 재가동시킬 것이다. 현재까지 논의돼온 국제평화안은 보스니아를 인구·현재 점유한 땅의 비율 등에 맞춰 3개 공화국으로 분할하자는 것이고 최근에는 미국측이 하나의 연방아래 3개 공화국이 공존하는 느슨한 연방제를 제의해놓고 있다.
그러나 국제열강의 관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보스니아사태가 국제화되고 그것이 사건의 해결을 더욱 복잡한 방향으로 몰고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신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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