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인디오 생존투쟁 5백년-치아파스주 마야의 후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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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새해 첫날 대규모 농민폭동이 발생한 멕시코 치아파스州는 서구에서는 오래전부터 의식있는 작가.혁명가.학자들의「순례지」로 유명하다.양심이 살아 있는 지식인이라면 찬란한 마야문명을 꽃피웠던 인디오 후예들이 현재 처해 있는 빈곤과 차별. 절망.저항을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페인 지배이후 5백년동안 투쟁으로 점철된 역사 때문에 이 지역은 먼저 혁명가들을 불러들였다.소설『시에라 마드레의 보물』『죽음의 배』로 영어권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트레이븐도 치아파스 원주민들의 고통에 찬 삶을 소재로 한 작가로 유명하지만 본래는 혁명가였다.무정부주의자였던 그는 레트 마루트라는 이름으로 1910년대말 독일에서 혁명운동을 펼치다 실패한 뒤 1926년에 치아파스를 찾아가 그곳에 정착하고 말았다.
그곳 원주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접한 그는 곧 소설의 형식을빌려 그들의 희생과 투쟁을 고발하기 시작했다.벌목작업장의 참상,백인들의 노예노동자 고문,커피농장의 노동착취 등을 담은『정글』『정글에서 온 장군』『교수형당한 자들의 반란』 등 6권의 정글시리즈 소설들은 발표와 함께 당시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아직도 마야문명의 숨결이 강하게 남아 있는 치아파스지역은고고학자와 역사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곳이기도 하다.이방면의 대표적인 저작은 안토니오 가르시아 데 레온이 40년대에발표한『반항과 유토피아』로 이 책은 5백년에 걸 친 원주민들의투쟁사를 소상히 밝혀 서구작가들의 양심을 깨우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후 많은 작가들이 치아파스州를 찾아 원주민들과 생활을 같이하면서 인류애의 정신으로 끊임없이 글을 발표,멕시코정부의 계속되는 인디오 차별정책에 맞섰다.
지난 65년에는 미국작가 카터 윌슨이 치아파스의 극빈지역 가정에서 3개월간 지내면서 몸소 체험한 사법제도의 불합리성을『미친 2월』이란 소설속에 담았다.
지난달 카를로스 살리나스 데 고르타리 멕시코대통령이「치아파스평화증진을 위한 자치위원회」위원으로 임명한 작가 에라클리오 세페다도 인디오들의 아픔을 노래하는 작가로 손꼽힌다.멕시코의 토니 모리슨으로 불리는 그의 단편집『유리 피라미드 』는 올 가을미국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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