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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해도 오르막길 계속 타긴 힘겨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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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마침내 한 가닥 서광(瑞光)이 비치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격적인 재할인율 인하 조치를 국내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이렇게 받아들였다. 사상 최대 규모의 폭락에 마음을 졸였던 투자자들도 이번 주에는 한 시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주말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향후 주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했다. 외국인의 무차별적인 매도 공세 속에서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래에셋·우리CS·KTB·마이다스에셋 등 자산운용사 사장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주가 바닥 찍었나=“코스피지수 1600대는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다.”(미래에셋자산운용 구재상 사장) 자산운용사 사장들은 이번 주 증시가 안정을 되찾고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을 때는 주가 거품이 발생했지만, 최근의 주가 폭락으로 거품은 걷혔다”며 “코스피지수 1600선은 견고한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가의 적정선을 평가하는 잣대 중 하나인 주가수익비율(PER)은 코스피지수 2000대에서는 14배에 육박했으나 최근 11.6배로 떨어졌다. 이는 한국이 속한 신흥시장 평균치(13.3배)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래픽 참조> PER은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펀드를 총괄하는 미래에셋 구 사장은 “주가가 사상 최대 폭으로 떨어진 지난 16일에도 미래에셋은 47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며 “코스피지수 1600대에는 우량주를 계속 사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 가격대에 우량주를 사기 힘들어지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B 장인환 사장은 “이미 매도 기회는 놓쳤다”며 “코스피지수 1600 초반에는 오히려 주식을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본격 상승으로 이어질까=이들은 FRB의 이번 조치로 이번 주 주가가 반등할 것은 확실시되지만 본격 상승국면으로 들어서기는 아직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CS 백경호 사장은 “7월 25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때만 해도 낙관론이 팽배했다”며 “이 낙관론으로 인해 개인들은 위험자산인 주식을 두려움 없이 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의 폭락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이 다시 조심스러워졌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마이다스에셋 조재민 사장은 “한동안 지지선 역할을 했던 코스피지수 1800선이 지난 16일 한순간에 1600대로 주저앉았다”며 “주가가 반등하면 1800선이 강력한 저항선 노릇을 하며 주가 상승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TB 장 사장은 “코스피지수는 1650~1750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17일 현재 코스피지수 1650선은 120일 이동평균선이 걸려 있는 주가지수. 이동평균선은 대체로 주가 하락기에는 지지선 역할을 한다. 이동평균선이란 일정 기간의 주가 평균치를 매일매일 구해 이어놓은 선을 말한다. ■ 서브프라임 악재 걷힐까=자산운용사 사장들은 최근 증시를 짓눌렀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여전히 악재로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KTB 장 사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발행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누가 얼마만큼 샀는지 아무도 모르는 상태”라며 “서브프라임의 손실 규모가 확인될 때까지 이 문제는 증시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 구 사장도 “FRB의 조치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라며 “사태가 해결되려면 상당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이다스에셋 조 사장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빚어진 신용경색 현상이 우량자산으로 전염되는 게 문제”라며 “우량자산으로의 전염만 막는다면 서브프라임 문제는 심각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 반등 주도주는=자산운용사 사장들은 이번 주 주가가 반등하면 폭락 국면에서 하락폭이 두드러졌던 종목이 상승 국면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 구 사장은 “코스피 주가가 최고치에서 18% 떨어지는 동안 30% 이상 떨어진 종목도 있다”며 “큰 이유 없이 많이 떨어진 종목들이 많이 오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구 사장은 “최근 달러 강세로 수출기업의 환율 조건이 개선된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CS 백 사장과 KTB 장 사장은 정보기술(IT)·전기전자주를 주도주로 꼽았다. 장 사장은 “메모리 반도체와 LCD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급등 장에서 소외됐던 IT·전기전자 주식이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이다스에셋 조 사장은 “상반기 주도주였던 조선과 해운·건설·기계주들이 최근 많이 떨어졌다”며 “이들 종목이 다시 시장을 리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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