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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조작 수법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3호 08면

역사상 첫 주가 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베렝거 사건은 허위 사실을 퍼뜨려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것이었다. 베렝거의 고전적인 수법은 아직도 증시에서 유효하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그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호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방식으로는 인수합병(M&A) 또는 인수 후 개발(A&D), 우회상장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정상적인 기업활동이지만 주가 조작에 흔히 악용되고 있다.

M&A, 우회상장 등 호재 퍼뜨려 '개미' 유혹

테마주에‘기업 성형’ 많아

한 ‘M&A 부티크’(알선업체) 임원은 “과거에는 일부 투자자, 혹은 브로커들이 작전을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면 최근엔 대주주나 경영진이 조직적으로 관여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N사의 대표이사는 회사를 인수할 당시 명동의 사채업자(작전세력)로부터 인수자금을 지원받았다. 회사의 명의는 자신 것이었지만 경영에 전력할 수 없는 반쪽 대표이사였던 것이다.

그는 회사의 본업과는 무관하게 에너지개발을 하는 자회사를 만들어 달라는 사채업자의 청탁을 받았다. 그러나 사채업자가 포함된 작전세력은 자회사가 설립된 뒤에도 자원 개발은 뒷전이었고, 이 자회사를 투자전문회사로 둔갑시켜 다른 업종의 코스닥 상장회사 지분 인수에 나섰다. N사는 이런 방법으로 2~3개 코스닥 상장회사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면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이들에게 “원금을 보장해 주겠다”며 시세 조종에 참여토록 요구한 것. 그는 “본업과 무관한 신사업을 ‘발표’하는 회사는 주가 조작과 관련돼 있다고 보면 맞다”고 털어놓았다.

2000년 리타워텍의 최유신 전 회장은 인수 후 개발이라는 낯선 용어를 소개하며 증시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송풍기 제조업체 파워텍을 ‘A&D 대표주자’로 바꾼 뒤 시장의 관심을 끌 정보통신 분야의 여러 가지 사업 아이템을 띄웠다. 이 사이 리타워텍은 34일 연속 상한가 기록과 함께 주가가 36만원대까지 치솟았다. 100일 만에 무려 200배나 주가가 뛰어오른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뤄진 사업은 아무것도 없었고, 주가 조작 파문으로 상장 폐지됐다.

우회상장은 기업의 ‘얼굴’을 바꾸는 것이다. 장외기업이 복잡한 상장 절차 없이 주식 맞교환, 지분 인수, 제3자 유상증자 등으로 쉽게 상장하는 것이다. 코스닥 상장회사를 비상장회사가 인수할 때 쓰는 주요 방법이다. 최근 많은 바이오·엔터테인먼트 업종의 기업이 이렇게 우회상장을 통해 등장하고 있다.

깡통 회사 만들어 주가 조작

자본금 가장납입(假裝納入) 방식은 고전적 수법이다. 사채업자들이 유상증자를 원하는 기업체 대표 및 대주주 등이 증자 대금을 납입한 것처럼 입금시켰다가 빼내가는 방식이다. 사채업자는 대주주에게서 많은 이자를 받고, 대주주는 자기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깡통 회사’를 만든 뒤 주가 조작에 활용한다. 실제 명동 사채업자 반재봉씨는 1조3000억원을 가장납입했고, 이를 통해 만든 부실 회사가 1만337개에 달했다.
그는 이용호씨에게 레이디가구 유상증자를 위한 가장납입금 300억원을, 대양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 김영준씨에게 코스닥기업 인수자금 84억원을 제공하고, 휴먼이노텍 회장 이성용씨에게도 기업 인수자금 50억원을 제공하는 등 자금원 노릇을 하다 검찰에 구속됐다.

최근엔 신종 피라미드 작전까지 등장하고 있다.

루보 사례에서 적발된 다단계 주가 조작은 작전세력을 모으는 과정에서 1번 투자자가 2, 3번을 물어오게 하는 방식으로 세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간 신종 수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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