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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년 대자연이 빚은 거대한 창조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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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호 26면

1. 유타주가 자랑하는 5곳의 국립공원 중 가장 험하기로 유명한 캐피털 리프 국립공원.

출발지는 콜로라도 로키 산속에 있는 도시 딜런이다. 이곳에서 유타를 향해 ‘I 70’ 도로에 올라 서쪽으로 달린다. 자이언까지 거리는 804㎞가 넘는데, 곳곳에 있는 산악도로도 이용해야 한다. 동부의 메릴랜드주부터 서부의 유타주까지 동서로 잘 닦인 ‘I 70’ 도로 옆으로는 콜로라도강이 흐르고 있다. 길이 2300㎞가 넘는 콜로라도강은 로키의 만년설이 녹아 내린 물이 이룬 강으로 세찬 유속이 자동차와도 경쟁할 만하다. 덕분에 주변 경관은 매우 아름답다. 초반엔 만년설을 볼 수 있고 서쪽 방향으로 갈수록 고도가 내려가며 기온이 달라져 풍경 또한 더불어 변해 간다.

북미 유타주의 국립공원 다섯 곳

‘I 70’ 에 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래전 미주리대 연수를 마치고 온 친구가 같은 학교로 떠나는 후배를 앉혀 놓고 미주리대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중이었다. 그는 후배에게 “미주리를 지나는 동서 횡단도로 ‘I 70’에서는 70마일로 달려라. 당시 제한속도는 55마일이었지만(현재는 지역에 따라 제한속도가 55마일에서 75마일까지로 다르다) 경찰한테 걸리면 도로번호 표지판을 가리키며 ‘70마일로 가라는 줄 알았다’고 하면 경찰도 일리가 있다며 그냥 보내준다”고 했다. 그 노하우를 메모하던 후배를 생각하니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나도 ‘I 70’에서 제한속도 65마일 구역을 70마일로 밟으며 유타로 달려간다.

자이언 국립공원

자이언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비지터 센터에 개인 차량을 주차한 다음 셔틀버스를 이용해 공원을 돌아봐야 한다. 버스는 창문이 넓고 천장에도 창이 뚫려 있어 공원의 경관을 볼 만하다. 그러나 사진을 찍어야 하는 나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창문이 반 뼘 정도밖에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곳곳에 정해둔 ‘뷰 포인트’마다 버스에서 내릴 수 있어 아쉬운 대로 사진을 찍을 수는 있었지만 남과 다른 장소에서 사진 찍기를 원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겐 불만스럽기만 한 환경이다.

2. 아치스 국립공원을 델리키트 아치 뷰 포인트에서 바라본 모습. 공원 안에 있는 완전한 형태 90개의 아치 중 가장 아름다운 아치다. 3.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이 저녁 노을을 받으면 황홀경을 연출하는 선셋 포인트. 개인 홈페이지(ihahm.com)에서 더 많은 사진을 볼 수 있다.

공원 한가운데에는 버진 강이 흐르고 있다. 이 강을 중심으로 양 옆에 치솟은 절벽의 암벽은 색깔이 다양하고 바위가 켜켜이 쌓여 있다. 나무의 나이테나 시루떡의 단면 같은 모양이 신기하기만 하다. 거대한 바위산 전체가 귀얄문처럼 보이기도 해서 친근감을 준다.
자이언 국립공원은 191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30년 공원 계곡 내에 자동차 도로가 놓이고 동부로부터 진입하는 터널이 개통된 뒤 관광객이 증가했다. 특히 터널로 들어가면 밖을 볼 수 있는 네모난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어 밖을 보면서 달리는 이색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북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 있는 국립공원. 자이언 국립공원이 남성스럽다면 브라이스 캐년은 화려한 여성의 모습에 가깝다. 수만 개에 이르는 아름다운 첨탑을 보다 보면 자연이 만들어낸 조화에 감탄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이 화사한 첨탑들은 물의 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바다 밑에 토사가 쌓여 형성된 암석이 지상으로 솟은 다음 비를 맞고 강물에 휩쓸리면서 비교적 단단한 암석만 침식되지 않고 남아 지금의 첨탑이 된 것이다.

바다 밑에 있던 이 광대한 지역은 약 6000만 년 전 퇴적한 수성 암반이 서서히 융기하면서 지상으로 솟았다. 그 뒤 1300만 년 전에는 그랜드 캐년이 있는 남쪽이 북쪽에 비해 더욱 위로 솟구쳤고, 또다시 오랜 세월이 흘러 그랜드 캐년 정상 부분은 물과 바람의 작용으로 침식을 거듭했다. 그 정상 부분의 지질층이 자이언의 맨 밑이 되고, 다시 자이언의 최상층이 브라이스 캐년의 최하층이 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공원 남북 방향 34㎞의 도로를 이용하면 13곳의 전망대에서 각각 다른 모습의 무수한 첨탑을 볼 수 있다.

캐피털 리프 국립공원
브라이스 캐년 국립공원에서 북동쪽으로 다시 193㎞를 올라가면 캐피털 리프 국립공원을 만나게 된다. 옛날 나바호족은 이 땅을 ‘잠자는 무지개 땅’이라고 불렀다. 서로 색이 다른 흙과 모래가 몇 천만 년 동안 퇴적되었기에 지상에 드러난 단면이 마치 무지개처럼 보인다 하여 붙인 말이라고 한다. 캐피털 리프 국립공원이 다른 국립공원들과 풍경이 많이 다른 까닭도 그 때문이다. 다른 국립공원들은 강물의 물살에 의해 만들어진 반면 캐피털 리프 국립공원은 지하로부터 솟은 다양한 퇴적암이 이루어낸 것이다.

이곳의 웅장하고 신기한 거대한 바위산은 고대 신전을 방불케 한다. 칼로 자른 듯한 절벽 위는 주변이 트여 있어 호쾌하고, 그곳에서 보이는 경관은 신이 만든 조각을 보는 듯하다. 캐피털 리프는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촬영 장소가 되기도 했다.

캐년랜즈 국립공원
캐피털 리프 국립공원에서 동쪽으로 378㎞ 떨어진 곳에 있는 캐년랜즈는 계곡의 규모가 그랜드 캐년보다 크고 넓다. 그뿐만 아니라 절벽과 기암절경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세가 몹시 험하고 미개발 지역으로 남아 있어 접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찾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캐년랜즈는 콜로라도강과 그린강을 끼고 있다. 두 강에 의해 Y자형으로 갈라져 있는데, Y자의 왼쪽 위가 그린강이고 오른쪽 위가 콜로라도강이다. 그린강은 캐년랜즈에 이르러 콜로라도강과 합류하여 그랜드 캐년으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

그랜드 뷰 포인트 전망대에 오르면 그린강과 콜로라도강을 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한없이 펼쳐진 계곡을 넘어 또 다른 계곡이 있고, 절벽과 큰 바위 기둥들도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캐년랜즈의 진가는 그곳 화이트 림을 달려야만 알 수 있다고 하지만, 비포장 지역이어서 4륜구동 차량만 출입이 허용된다. 멀리서 바라보고 오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치스 국립공원
캐년랜즈 국립공원에서 동쪽으로 50㎞ 떨어져 있다. 공원에는 크고 작은 아치가 300여 개, 완전한 형태를 갖춘 것이 90여 개나 남아 있는데 이렇게 많은 수의 아치가 한군데 모여 있는 곳은 지구상에서 오직 여기뿐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랜드스케이프 아치, 아치 중의 아치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델리케이트 아치,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의 석탑과 절벽, 화려한 아치들과 첨탑들이 병풍처럼 서 있는 모습, 금방이라도 굴러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자세를 취한 바위, 총총히 밀집된 석탑, 거대한 빌딩을 연상시키는 돌 봉우리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볼거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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