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구보타 여사, 다음달 뉴욕서 추모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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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비디오 아티스트’ 고(故) 백남준씨의 미망인이자 일본이 낳은 세계적 설치미술가인 구보타 시게코(70·사진)가 다음달 6일부터 떠나간 남편을 기리는 개인전을 연다.

미국 뉴욕의 마야 스텐달 갤러리에서 한달 반 동안 열리는 이번 전시회 제목은 ‘백남준과의 삶 (My Life with Nam June Paik)’. 남편이자 예술적 동지인 백씨와의 생활과 정신적 교류가 어땠는지를 비디오 설치작품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올해 제작된 두 작품이 선보일 예정이어서 비평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중 ‘백남준 I’ 이라는 작품에서 구보타는 쇠파이프로 사람 모양을 만든 뒤 가슴과 머리, 그리고 양 팔다리 부분에 비디오 모니터를 설치했다. 그리곤 이들 화면을 통해 백씨의 생전 활동 장면을 보여준다. 또 전시실 안에 16개의 모니터를 달아놓고 여러 해에 걸쳐 촬영한 백씨의 마지막 모습도 상영할 계획이다.

구보타 시게코의 비디오 작품 ‘백남준 I’.


구보타는 백씨가 타계하기 전 ‘섹슈얼 힐링(성적인 치료)’이라는 글을 통해 남편의 공개되지 않았던 모습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는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입원하자 병원에서는 두 명의 젊고 건강한 여자 간호사를 배치했다”며 “이 병원은 가수 마빈 게일의 ‘섹슈얼 힐링’이라는 노래처럼 이성 간호사를 배치해 그의 재활을 도왔다”고 적었다. 구보타는 백씨가 젊은 여자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작품으로 만들어 이번에 전시한다.

구보타는 남편과 함께 전위적 예술운동인 ‘플럭서스 (Fluxus)’의 대표적 멤버로 기존의 설치미술에 비디오를 접목한 독특한 작품세계로 유명하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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