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될 후보 압도적으로 밀어달라" 박근혜 "감동의 대역전 드라마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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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 일문일답

"오늘도 잘하세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7일 오전 7시20분 서울 가회동 자택을 나서던 길. 부인 김윤옥씨가 이 후보의 등을 토닥였다. 마지막 공식 경선 일정인 서울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잘하라는 격려였다.

이 후보가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시청을 걸어 나온 게 지난해 6월 30일.

처음엔 2위 주자였다가 지난해 추석 연휴를 지내며 여론조사 선두가 됐다. 그러다 2월 김유찬씨의 네거티브 폭로에서 시작돼 7월 '이 후보 재산 8000억원설'로 확산된 검증 국면 속에 빠져들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이명박'의 상품인 한반도 대운하 계획과 과학비즈니스도시 프로젝트, 747 공약(연 7% 경제성장-개인소득 4만 달러-7대 선진국 진입)은 주목이 덜했다.

이 후보는 각 언론의 여론조사 시뮬레이션에서 7~8%포인트 우위를 지키고 있다. 그는 이날 합동유세에서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할 때가 되었다"며 "어차피 당선될 이명박을 압도적으로 밀어달라"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최후까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마무리한 소감은.

"한국 정치사에 첫 시도로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다만 같은 당 후보(박근혜 후보 지칭)는 열세 번 (합동연설회) 중 한 번도 (나를) 비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난 한 번도 공격하지 않았다. 공격할 게 없어서가 아니라 당 화합을 위해 인내한 것이다. 오늘도 많은 공격을 받았지만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현재 판세는.

"후보들이 얘기하긴 뭣한데 객관적인 분석이 많이 나와 있다. 국민과 당원들은 정권교체와 경제 살리기에 누가 좋으냐, 시대에 맞는 후보가 누군가 판단하실 거다."

-전당대회 이후 구상은.

"지금 얘기하긴 이른 것 같다. 20일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당 수습을 먼저 하겠다."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10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후보 관련 불법 흑색 유인물이 수천 장씩 서울 지하철역에 수십만 장 뿌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근 여의도에서 수거해 왔다는 유인물도 공개했다. 이 최고위원은 "이 후보가 사퇴한다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되는 등 정상적인 선거운동이 아닌 쿠데타나 난동 수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만약 특정 후보 측의 사주에서 일어났다면 즉각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우리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며 "이 후보 측의 자작극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고정애.남궁욱 기자

박근혜 후보 일문일답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는 17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감동의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달라"고 당원들에게 호소했다. '독해졌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저는 독해진 것이 아니라 강해졌다"고 말해 지지자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박 후보는 지난해 6월 16일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는 올 초부터 뛰어들었다. 그는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원칙은 세우자) 정책과 함께 상대 후보에 대한 검증의 칼날을 곧추세우며 지지율에서 앞섰던 이명박 후보를 맹추격했다. 그는 1년여 경선 과정을 거치며 '단아한 여인'에서 '최고의 전사'로 탈바꿈했다.

연설회를 마친 후 체육관 귀빈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마지막 연설회를 끝낸 소감은.

"꼭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국민과 당원 여러분이 판단해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경선 기간 중 힘들었던 일은.

"어떤 선거든지 다 힘들다. 이번에도 큰 선거니까…."

-당원들에게 못한 말이 있다면.

"유세 때 다 했다. 오늘은 달리 드릴 말씀은 없다. 일정을 모두 마쳐 소감을 지금 말씀드리는 거다."

-승리를 자신하나.

"우리 당원 여러분들의 애국심과 애당심을 믿고 승리를 확신한다. 과거의 부패와 구태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유세에서) '어떻게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변화시킨 당인데'라고 호소하지 않았나."

-당대표 시절 대의원들을 자기 편으로 잡아두지 않았나.

"그런 옛날 식으로 하면 당은 전혀 개혁이 안 된다. 정당 개혁이 안 되면 정치가 변할 수 없다. 나는 당대표로서 기득권을 포기했다. 정당과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에 모든 것을 바치고 당을 개혁하고 변화시켰다. 만일 옛날처럼 계보나 사조직을 만들어 꼭 그렇게 성공해야 하는 건지….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해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정치는 영원히 변할 수 없다."

이날 박근혜 캠프에선 막판까지 '이명박 후보 불가론'을 강조하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허태열 직능총괄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세상 21 산악회 사건 ▶이 후보 측의 구전홍보단 운영 ▶광주선관위의 1억8000만원 과태료 부과 ▶이 후보의 각종 행사에 인력 동원과 대가 제공 ▶이 후보의 출판기념회에 불법 인원 동원 ▶김해호씨의 박 후보 비방 배후 의혹 사건을 열거하며 "이런 것들은 정도가 심해 후보직을 상실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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