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투명성」 싸고 IAEA와 신경전/사찰합의후 넘어야할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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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찰성격·횟수등 입장차 여전/핵연료봉 채취는 일단 불포함
북한이 마지막 순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7개 신고시설에 대한 사찰에 합의함으로써 지난해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계속된 위기상황이 타개될 가능성이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에 합의한 내용이 IAEA와 북한 협상에서 쟁점이 된 ▲사찰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 ▲NPT 탈퇴선언 이후 지금까지 북한이 추가로 핵무기용 물질을 채취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IAEA와 북한간 합의내용은 북한이 7개 시설에 대한 사찰에 동의했다는 내용만이 전해질 뿐 구체적 사찰방법에 대해서는 전해지는 내용이 거의 없다.
IAEA는 그간 7개 신고시설에 대해 6대의 감시카메라와 40여개의 봉인장치,그리고 3개의 방사능피폭 감지장치를 설치,핵물질의 평화적 목적 이외 전용여부를 감시해 왔다.
이들 시설은 ▲지난 65년 소련에서 도입한 영변의 IRT연구용 원자로 ▲핵분열반응 실험용 원자로인 영변의 임계시설 ▲평양 김일성대학에 있는 핵분열반응 실험용 소형 원자로인 준임계시설 ▲지난 87년 가동돼 천연 우라늄으로 연간 2백∼3백t의 핵연료봉을 생산할 수 있는 영변의 핵연료 성형공장 ▲현재 사용중인 핵연료 저장시설 등이다.
북한은 당초 7개 신고시설중 가장 중시돼온 영변의 ▲5메가W급 원자로 ▲방사화학실험실에 대해서는 IAEA가 설치한 감시카메라의 배터리와 필름 교체만을 허용하겠다고 주장했으나 IAEA는 그것만으론 앞에서 지적한 두가지 쟁점을 해소하는데 불충분하다고 맞서왔다. 감시카메라의 작동이 중단된 기간에 북한이 핵무기용 원료를 추가로 생산하지 않았다는 투명성 확인을 위해 원자로의 핵연료봉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는 것이 IAEA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는 이 내용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핵연료봉 시료를 채취하지 않고도 IAEA의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IAEA가 이를 수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이번에 실시되는 사찰의 성격에 대해 IAEA와 북한은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IAEA는 이번에 실시되는 사찰에 대해 정상적인 사찰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북한은 사찰의 연속성 유지를 확인하는데 필요한 사찰이라고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일반적으로 IAEA의 사찰에는 임시사찰(ad hoc inspection),일반사찰(routine inspection),특별사찰(special inspection) 등 세가지가 있는데 북한이나 IAEA 모두 이번 사찰에 대해 이러한 구분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찰이 단지 1회로 끝나게 될지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앞으로 이 문제로 북한과 미국,북한과 IAEA는 또 한차례 「격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즉 북한은 아직 NPT에 완전 복귀한 정회원국이 아닌 특수신분인 만큼 이번 사찰로 안전조치의 연속성이 보장됐으니 더 이상 사찰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고,IAEA나 미국 등은 이번 사찰로 북한이 사실상 NPT에 완전 복귀한 것이기 때문에 핵안전협정에 따른 제반사찰을 수용해야 한다고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IAEA와 북한간 사찰합의는 상황을 지난해 3월 이전으로 돌려놓은데 불과할 뿐이며 북한핵 문제는 앞으로도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 할 전망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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