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속제재 안절부절 무역압력에 시달리는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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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美日 정상간의 포괄경제협상이 결렬된 뒤 나온 美國의 제재조치가 의외로 즉각적인데 대해 日本이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15일 미키 캔터 美무역대표부 대표는 『일본이 美日전기통신협정(자동차.전화등)을 위반했다』며 포괄통상법 1377조(전기통신조항)에 따라 제재조치에 나선다고 발표,앞으로 미국의 對日 파상공격을 예고했다.이와 동시에 미국은 외환시장에 서 1달러당1백7엔대에 머물던 엔화를 일시에 1백2엔대까지 치솟게 만들었다. 엔高라는 거시적인 공세와 일본상품에 대한 개별적인 제재조치로 일본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미국의 양면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강경태도에 따라 美日 정상회담에서 기세좋게 「노」라 했던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日총리에 대해 갈채를보냈던 일본내 분위기도 흔들리고 있다.산업계 일부와 언론에서는『「노」만으로는 안되며 무역흑자 삭감책을 내놓아 야 한다』는 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최대의 시장을 무기로 하나하나 목을 조여오는 미국과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미국이 이번에 내세운 제재의 근거는 지난 89년6월 합의한 美日전기통신협정이다.이 협정은 일본의 수도권과 중부권에서 美「모터롤라」社가 자동차전화와 휴대전화사업에 일본측과 동등하게 참여할수 있도록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형식적으로 이동전화시장이 외국에 개방은 됐으나 일본측과 동등하게 영업할수 있는 충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모터롤라社의 참여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모터롤라社 방식의 일본시장 점유율이 일본전신전화(NTT)방식에 비해 형편없이 뒤지고 있기 때문이다.93년말 현재 NTT방식은 수도권과 중부지역에서 가입대수가 30만6천대인데 비해 모터롤라식은 1만2천9백대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은 美日협정에 따른 「동등한 시장참여」를 위해 모터롤라社에 전파주파수를 할애해줬으므로 협정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모터롤라 방식의 시장점유율이 낮은 것은 모터롤라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는 일본이동통신의 영업전략과 일본 소비자의 기호등이 원인이지 일본정부의 조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며 미국에 맞서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반박을 무시,포괄통상업 1377조에 따라 미국내 업계 의견을 들어가며 통신기기와 전기제품등 제재대상품목 작성작업에 들어갔다.
이 조항은 외국시장이 페쇄적이거나 미국과의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美무역대표부가 통상법 301조에 따라 제제조치를 발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일본은 미국의 강경조치에 일단 냉정히 시간을 갖고 대응,협상으로 풀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일본은 우선 미국이 제재대상품목을 작성하는 동안 협상을 통해 제재가 발동되기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또 양국간에 의견이 접근된 정부조달및 보험분야에서의 시장개방을 자주적으로 실시하고 경기종합대책등을 통해 무역흑자삭감책을 내놓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이 자동차등 분야에서 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관세및 무역에관한 일반협정(가트)에 제소하는 등의 대응책도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수치목표는 들어줄수 없는데다 미국과의 마찰 해소를 위한별다른 묘수가 발견되지 않고 급격한 엔高는 겨 우 움트려던 일본의 경기회복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보여 日재계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東京=李錫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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