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무책임한 북핵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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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근 北韓의 핵개발을 둘러싼 각종 보도 가운데는 정확하지 못한 추론이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외신을 무작정 인용하는 사례가 난무하고 있다.
日本의 지지(時事)통신과 프랑스의 AFP통신이 러시아 안보전략연구소 고문 블라디미르 쿠마초프의 발언을 인용,『북한이 이미핵폭탄을 제조했으며 아프리카에서 실험까지 마쳤다』고 보도했고 이를 국내언론들이 주요기사로 다룬 것이 한 예다 .
그러나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 기사는 신뢰성이 지극히 의심스러운 것으로 판명이 났다.
이 기사를 보도한 모스크바 AFP지국에서 조차『이렇게까지 민감한 반응을 야기시킬 줄 몰랐다』며 거듭된 확인요청 과정에서 취재원과 발언의 진의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또 이러한 발언을 했다는 당사자인 쿠마초프는 근거를 묻는 질문에 대해『본의가 와전된 것』이며『특별한 취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언론.일본언론등에 보도된 사실등을 보고 개인의견을 낸 것』으로『북한이 이미 핵폭탄을 개발했다는 의혹을 지우기위해서라도 사찰을 받아야 한다』는게 진의였다는 식으로 발뺌하고있다. 여기에다 러시아 외무부.국방부.원자력위원회등 북한 핵문제를 직접적으로 관장하는 러시아 정부 관련부처는 한결같이 이같은 보도에 대해 말도 되지 않는 것이라고 부인하면서 韓國측이 너무 외신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와같은 짜증을 부릴만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안보전략연구소라는 단체가 러시아 외무부나 국방부등의 산하기관이 아닌 존재 자체가 별로 알려지지 않은 단체고 전문가라 알려진 쿠마초프도 거의 무명에 가깝다는게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는 현대와 같이 인공위성 정찰 기술이 발달한 시대에 어떻게 북한이 비밀리에 핵실험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북한 핵문제에 우리가 당사자이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것은 인정한다해도 요즘의 태도는 모스크바에서 보면 좀 너무한다싶다.아무리 외신이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해도 결국 당사자인 한국보다 관심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실제로 한국의 특파원으로서 거의 매일 직접.간접으로 러시아측 관련기관으로부터 혹시 새로운 정보가 있을 지에 대해 확인하는 일을 반복하지만 전혀 엉뚱한 방향의 자료나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래도 혹시나 하고 세번 네번 확인을 시도하자 외무부의 한관리는『한국은 왜 항상 말도 되지 않는 외신보도에는 민감하면서러시아 정부의 공식발표나 설명은 가볍게 취급하느냐』며 불만까지토로했다.안면이 깊은 한 외무부관리는 러시아측의 공식입장은『북한이 아직 핵을 개발한 상태는 아니지만 의혹을 씻기 위해 국제기구의 사찰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며『사실이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를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도,과소평가할 필요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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