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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 애리조나 이적 2경기만에 ‘방출 위기’

중앙일보

입력

충격이다. 애리조나에 두 번째로 둥지를 튼 김병현(28)이 단 2경기를 뛰고 방출 위기에 놓였다.

애리조나 지역지 애리조나 리퍼블릭은 16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가 이적 후 두 차례 선발에서 부진한 김병현을 사실상 방출과 다름없는 지명양도 조치(designated for assignment)를 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구단 홈페이지도 김병현의 지명양도 조치을 알렸다.

이로써 김병현은 올 시즌 들어 한국 선수로는 박찬호(휴스턴 마이너리그)·서재응(탬파베이 마이너리그)에 이어 세 번째로 지명 양도 조치를 당했다.

유일한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김병현마저 방출된다면 1996년 박찬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인 빅리거가 없는 암흑의 시기가 된다.

애리조나는 10일 동안 웨이버 공시와 트레이드를 통해 김병현을 이적시킬 수 있다. 이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에는 김병현은 마이너리그 행을 받아들이거나 FA(자유계약선수)가 될 수 있다. FA를 선언하면 잔여 연봉(약 85만 달러)은 포기해야 한다.

지난 4일 4년 만에 친정 애리조나로 돌아온 김병현은 9일 피츠버그전 2⅓이닝 5실점, 15일 플로리다전 ⅓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봅 멜빈 애리조나 감독은 "투수진을 보강하기 위해 보험책으로 데려왔지만 효과를 보지 못해 방출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9년 애리조나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김병현은 야구 인생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애리조나 리퍼블릭은 김병현이 플로리다에서 웨이버 공시됐을 때 애리조나는 투수진 강화 희망과 동시에 김병현이 경쟁팀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데려왔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애리조나에서 실망스런 성적을 남긴 김병현을 다시 데려갈 팀이 나타날 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김병현은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게 된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팀에서 마운드 보강을 위해 김병현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김병현의 마이너리그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병현은 올해까지 9시즌 동안 통산 50승 58패 86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을 기록 중이다. 2003년 애리조나에서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됐고 2005년에는 콜로라도로 팀을 옮겼다. 올해 5월 플로리다로 트레이드, 8월 에는 웨이버 공시로 애리조나로 이적했다.

▲지명양도란, 사실상 '마이너리그 강등'이나 '방출 대기'

지명양도(Designated for Assignment)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소속 선수의 신분을 변동하기 위해 사용하는 규약상 절차다.

말이 좋아 '신분 변동'이지 메이저리그에서는 필요없다는 인식이 강해 사실상 '마이너리그 강등'이나 '방출 대기'로 받아들여진다.

구단이 지명양도 절차를 밟은 것은 메이저리그 로스터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애리조나는 김병현을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서 제외시키면서 마이너리그에서 유스메이로 페티트를 로스터에 올렸다. 반면 지명양도된 선수를 데려가는 구단은 반드시 해당 선수를 40인 로스터에 포함시켜야 한다. 지명양도가 사실상 방출과 '동의어'로 이해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향후 과정을 살펴보면 애리조나는 10일 동안 김병현을 놓고 다른 구단과 트레이드 협상을 벌이며, 트레이드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웨이버 공시를 거쳐 마이너리그행을 지시한다.

김병현은 3년 이상 풀타임 메이저리그의 자격을 갖췄기 때문에 구단의 마이너리그행 권유를 거부하고 FA를 선언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잔여 연봉은 포기해야 한다.

[일간스포츠 한용섭.정회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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