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통신세상] ⑧ 인터넷 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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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화가 없었으면 벌써 헤어졌을지도 몰라요.”
 
회사원 이승렬씨는 영국으로 유학 간 여자친구와 8개월째 매일 인터넷으로 화상통화를 하고 있다. 국제전화 요금이 시내전화 수준밖에 안 되는 인터넷 전화가 승렬씨 커플을 이어주는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미국에서 미용제품을 수입해 국내 1000여 개 업소에 납품하는 유통업체 A사도 올해 4월부터 인터넷 전화를 도입하면서 통신비를 평소 60% 수준으로 줄였다. 미국 및 중국의 공장들과 수시로 주고받는 인보이스 서류도 기존의 팩스 대신 저렴한 인터넷 전화 팩스 서비스로 바꿨다.

#통신계의 ‘블루오션’ 인터넷 전화
 
인터넷 전화라고 하면 흔히 컴퓨터 앞에서 헤드셋을 낀 채 통화하는 모습을 떠올린다. 이처럼 PC를 이용한 인터넷 전화가 소프트폰 방식이다. SK텔링크의 네이트온폰, NHN의 네이버폰, 세계적으로 2억여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스카이프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달리 초고속 인터넷 회선을 이용해 전용 전화기로 통화하는 것이 하드폰 방식이다. 이 방식은 통화 때마다 PC를 켤 필요가 없다. 인터넷 전화끼리는 물론 유선전화와 휴대전화에도 자유롭게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있어 기존 유선전화와 비슷하다.

인터넷 전화를 쓰기 위해서는 070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11자리의 전화번호를 받아야 한다. 업계는 앞으로 5~10년에 가정 인터넷 전화 사용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네트웍스·LG데이콤·KT·SK텔링크 등 하드폰 서비스 사업자는 이미 치열한 경쟁에 들어갔다. 삼성 ‘Wyz070’은 올해 상반기에 기업 및 가정 이용자들을 겨냥해 통화요금을 크게 내렸다. LG데이콤은 지난 6월 국내 처음으로 가정용 인터넷 전화 서비스인 ‘myLG 070’을 내놨다.

#국제전화 요금 최대 96%까지 저렴
 
인터넷 전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싼 요금이다. 대부분의 인터넷 전화 업체가 기본료 2000원(기존 유선전화 4000~5000원 선)에 시내·시외 구분 없이 3분당 38~39원의 요금을 매기고 있다. 국제전화의 경우 지역별로 1분에 39~50원 수준이다. 유선전화에 비하면 50~90% 정도 싸다. 기본통화 외에도 문자 메시지와 뉴스, 날씨정보 조회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초고속 인터넷, 케이블 등을 결합한 패키지 상품들도 등장했다. SK텔링크는 케이블 사업자 C&M과 손잡고 케이블TV,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 전화를 합친 ‘트리플 플레이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한국케이블텔레콤(KCT)도 비슷한 결합형 상품으로 가정 이용자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득과 실 꼼꼼하게 계산해야
 
요금이 싸다고 무조건 인터넷 전화로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통화습관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하드폰 방식의 인터넷 전화를 이용할 경우 8만~10만원 수준의 전용 전화기를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시외전화와 국제전화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유선전화와 달리 정전 시에는 사용할 수 없다. 긴급전화를 이용할 때 위치 파악이 안 되는 것도 한계다. 많은 사람이 걱정하는 통화품질 문제는 기술 발달로 이미 유선전화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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