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철없는 중학생 강도와 유흥업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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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노래방에 가서 놀고 싶은데 부모들이 용돈을 조금씩밖에 안줘서….』 12일 오전 서울중랑경찰서 소년계.앳된 표정의 남학생4명이 멀뚱멀뚱한 눈으로 당직 형사에게 진술 아닌 변명을 하고있었다.9일과 11일 두차례 남의 돈을 빼앗아 이들에게 적용된죄명은 나이.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특수강도.
4명은 모두 C중학 2~3학년생들로 학교성적이 중위권 이상이고 부모는 개인택시.옷가게등을 해 그런대로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한데 모인 이들은 9일 저녁 집에서 받은 용돈으로 노래방에 갔으나 2시간쯤 뒤 돈이 떨어지자 일행중 崔모군(14)이『TV에서처럼 우리도 돈을 마련해 노래를 계속 하자』고 제의했다.
즉석에서 부근 슈퍼마킷을 범행 대상으로 정한 뒤 한명이 망을보고 2명이 들어가 주인 張모씨(33.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손금고를 열어 4만5천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어 노래방에 다시 찾아가 노래를 부른 뒤 맥주집에서 술을 나눠마시고 헤어졌다.
11일 다시 모인 이들은 이틀전 일을 서로 자랑 반 두려움 반으로 얘기하면서 만취되도록 술을 마신뒤 또 노래방에 가자며 골목길에서 놀던 국교생 3명을 위협해 1만원을 빼앗았다.
『같이 어울려 노래방이나 술집에 가면 주인들이 잘해주고 너무너무 재미있어 또 그랬어요.』 경찰의 호통에 훌쩍거리며 대답하는 애들을 보며 부모들도 어이없다는 듯 말을 못하고 있었다.
한눈에 미성년자임을 알 수 있는 이들을 입장시키고 술까지 판노래방.술집주인도 이들 못지않은 철부지란 생각과 함께 이들부터처벌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權泰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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