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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해현장고발>6.태백 탄광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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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60년대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시작된 이래 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시행될 때까지 우리나라 석탄소비량의 70%이상을 공급,국가 근대화의 主동력공급원이었던 단군신화의 고향 강원도 태백시-.
그러나 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45개 탄광이 하나둘씩문을 닫으면서 41개가 폐광된 올1월의 태백시는 실직.진폐증에신음하는 광부들,폐허화돼가는 빈 사택촌,그칠 줄 모르고 흘러나오는 탄광폐수,태백산 곳곳에 쌓인 폐탄더미와 내팽개쳐진 탄광 장비등 환경파괴와 개발후유증만 널려 있을 뿐이다.
영월에서 태백시내로 들어가는 입구 황지천 주변 함태광산 사택촌.폐광 갱내수가 흘러들어 검붉은 몰골이 되어버린 소롯골 개천과 황지천을 따라 함태광산 사택 1백97동 7백9가구가 탄가루를 뒤집어쓴채 황량하게 흩어져 있다.
지난해 5월 폐광결정이후 파악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늘어난 빈집들은 탄가루.먼지.얄궂은 낙서로 얼룩지고 창문등에 숭숭 뚫린구멍사이로 음산한 겨울 바람소리가 들린다.
31번 국도를 따라 통리를 거쳐 경북점촌 쪽으로 자동차로 20분쯤 가면 하수구같은 철암천변을 따라 지난해 2월 폐광한 강원탄광 지역을 만난다.
92년 두차례의 지반붕괴 사고를 당한채 남아있는 삼표제작소 건물,곧 허물어질듯한 탄광사무실등이 5백여가구의 빈집과 함께 듬성듬성 헛간처럼 남아있다.
태백시내 빈집은 사택만 1천2백여가구,단독주택.아파트를 포함하면 89년부터 지금까지 28%에 해당하는 7천5백57가구가 감소,88년 11만5천명이던 시민수는 지난해말 현재 7만2천여명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심각한 도시공동화현상이 벌 어지고 있다. 다시 철암천을 따라 점촌쪽으로 1.5㎞쯤 내려가면 태백시내를 관통하는 황지천과 철암천이 만나는 구문소.태백시 일원의 하천.계곡물이 합류하는 이곳은 하천 전체가 검붉은 녹물로 채색돼있다. 폐탄광에서 차오른 강산성 갱내수가 탄가루등 부유물질,납.철등 온갖 중금속 물질을 내뱉어 하천수는 물론 강바닥의 자갈까지 검붉게 물들여 놓았다.
태백의 토박이 金洙씨(37.황지2동)는『탄광이 대부분 문을 닫았는데도 하천 곳곳에서 검붉고 탁한 물이 계속 흘러나와요.상문곡동 서울건업 앞에서 13세때까지도 태백의 명물 신천어.열목어를 잡고 멱을 감았는데…』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하천오염은 낙동강의 발원지를 이루는 소도.철암.황지천등 태백시내 3대 하천을 따로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태백시내 유일의 관광호텔인 T호텔 욕조에서도 탄가루가 발견됐다.
태백시가 밝힌 지난해 9월 3대하천 9개지점 오염측정 결과는등급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오염된 등급외가 3곳이고 상수원수 최하등급인 3등급 수준은 한곳에 불과했다.
태백시는『폐광뒤 산림복구때 갱입구만 막아 2~3수준의 강산성이 보통인 폐광 갱내수가 석탄및 매장된채 버려진 레일,철근의 중금속 성분을 녹여들인채 갱입구와 수맥을 따라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다』면서 폐광 뒷정리 미비가 경관훼손뿐 아니 라 하천.토양의 중금속 오염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시인했다.
50년대 日本을 발칵 뒤집었던 이타이이타이病이 광산 폐수에 녹아든 카드뮴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낙동강이 발원지부터 앓고 있는 극도의 몸살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폐광사업을 집행하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지금까지 5년여간 폐광지역 철거비용을 한푼도 지출한적이 없다.급한 김에 폐광 갱구를 콘크리트로 막고 흙.폐탄더미를 가리지 않고 사방공사를 하는데 지출한 73억여원 (전체지원비의 9.4%)이 환경관련 예산의 전부.광산보안법에는 광산주에게 폐광 뒤처리를 시킬 시행세칙이 없고 상공자원부.환경처등 관련부처도 뒷짐만지고 있을 뿐이다.
태백시도『이제는 폐갱구의 위치도 확인하기 어려워 41개 폐탄광 오염수의 정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세월이 흘러 자연정화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태백시의 경제사정도 말이 아니다.89년까지도 39.3%에 이르던 市재정자립도도 93년 22.8%로 추락했고 올해는 16%수준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태백시 토박이들을 더욱 초조하게 하는 것은 정부차원의 지원약속에도 불구하고 대체산업 유치마저 뜻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점. 89년 철암1동에 조성된 3만평규모의 광공단지도 원래 대규모 외지자본을 유치해 1천3백명의 고용효과를 거둔다는 계획이었지만 각종 세제혜택.금융지원에도 불구,94년1월 현재 태백산김치(주)등 지역내 중소기업 5곳만 입주,총 일자리도 50 명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탄광도시에서 관광.레저도시로」라는 표어를 내걸고 범시민적인지원을 약속하며 스키장 유치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희망자를 찾지못했다. 태백상공회의소 全仁植사무국장(63)은『외지자본이나 업체의 크기를 따질 때는 이미 지났어요.빈집을 외지인이 투기차원에서 사모으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지만 태백시로 돈이 들어오기만 하면 무조건 환영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 太白=李己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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