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세계축구다>7.독일 잘아는 김주성 월드컵 데려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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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네덜란드.영국.폴란드.터키.노르웨이가 포함되어 있었던 월드컵유럽2조 예선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노르웨이가 예상을 뒤엎고 조1위로 본선에 진출했다.영국.네덜란드.폴란드의 3파전이 될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영국이나 네덜란드는 새삼 설명이 필요없지만 폴란드 역시 한때는 이들에 못지않은 축구강국이었기 때문이다.
82년 스페인 월드컵때 보니엑을 앞세운 폴란드는 준결승까지 올랐었다.이때 이탈리아의 명문 클럽인 유벤투스 투린은 보니엑을영입하고 싶어 혈안이 되었으나 당시 폴란드 정부는 축구선수의 해외취업을 34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유벤투스 구단주이자 세계적인 자동차회사 피아트의 회장은 모든선수들에게 경기전에 반드시 미사에 참여하도록 할만큼 독실한 신앙인이었다.그는 바티칸의 교황을 통해 보니엑을 스카우트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교황은 마침내 자신의 조국인 폴란드를 방문했고 결국 보니엑은우여곡절끝에 폴란드 정부의 승인을 얻어 유벤투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교황의 절대적인 권위를 생각한다면 지금까지도 그 사건이축구사에 남을만한 큰 사건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폴란드는 더 이상 선수들을 국내에 묶어둘수 없게 되었고 이제는 90년대회에 이어 연속 예선탈락할만큼 전력이 약화되었다.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비웃듯 폴란드.영국을 누른 노르웨이는 이와 반대의 경우다.
사실 오슬로의 홈경기에서 네덜란드를 2-1로 이길 때까지도 노르웨이는 여전히 예선탈락 대상으로 꼽혔다.그러나 노르웨이는 영국을 2-0으로 가볍게 제치고 지난 38년이후 처음 본선에 올라 국제축구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노르웨이가 영국을 꺾을수 있었던 것은 많은 대표선수들이 영국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GK인 토텐햄의 에릭 토스트페트,스토퍼인 리버풀의 스틱 비온러버,풀백인 올드햄의 구나할레가 그 대표적인 선수들이고 그외에도 카레 잉게브링스턴.헤닝 베그,또 새로이 진출하게된 잔 피오토프트나 조스틴 플로본까지 합친다면 무려 7명의 선수들이 영국에서 뛰고 있는 것이다.
나도 「영국을 잘아는 선수들이 역시 영국에 강했다」고 믿는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 월드컵본선에서는 金鑄城.黃善洪의 활약을 기대한다.물론 일부팬들이나 축구인들이 최종예선전의 부진함을 이유로『더이상 김주성에게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잘안다.
그러나『주성이가 없었으면 더 잘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장담할수 없을 것이다.오히려「최강팀을 구성한다」는 대원칙에 따른다면 그의 영입은 타당했다.
이제 우리는 독일과 같은조에 편성되었다.「노르웨이의 이변」의배경도 그러하듯 상대를 안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비록 길지않은 시간이지만 김주성은 독일축구를 경험하고 느낀 선수다.우리는 그를 활용하는 지혜를 보여야 한다.
김주성은 누가 뭐래도 우리의 스타다.어차피 그를 데리고 올것이라면 그의 명예나 입장도 보호해 주어야 한다.
김주성의 영입이「뜨거운 감자」가 된 지금,노르웨이의 성공이 우리들의 결정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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