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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분할론/선거때면 불거져 정치쟁점화(심층취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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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답 못찾는 “도시행정원론” 입씨름만/행정효율­균형발전 찬반 모두 설득력/“공룡도시” 국제화시대속 새 위상과 모습 정립할때
최근 엄청나게 비대해진 「공룡서울」을 적정 크기로 나눠야한다는 이른바 「서울분할론」이 정계 일각에서 고개를 내밀었다가 슬며시 꼬리를 감췄다. 그러나 서울분할론의 모태인 현행 행정구역에 대한 개편론은 서울만 유보한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은 이대로 좋은가. 또 서울분할론은 김영삼대통령의 『절대 안한다』는 공언으로 과연 백지화된 것일까. 서울분할론은 수면 아래로 일시 잠적한 것일뿐 분할론이 갖는 나름대로의 「필요성」과 「당위성」으로 인해 머잖아 또 다시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낼 공산이 크다는 것이 관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분할이든,확대든 국제화시대의 서울의 위상과 모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분할론 제기◁
서울분할론은 70년대말 인구의 수도권집중 억제 차원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일부 모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만해도 서울의 분할보다는 행정수도의 이전에 초점이 마춰졌고,이에따라 최초의 신도시라 할 수 있는 과천시가 개발되면서 분할론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채 쑥 들어가버렸다.
▷분할배경◁
그런데 이같은 분할론이 쟁점화한 것은 논의제기의 배경에 있다.
원활한 도시행정을 위한 당위성 때문이냐,지자제 실시에 따른 정계 및 정부 일각의 부담감 때문이냐는 것이다.
우선 원활한 도시행정 수행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무엇보다 국토의 0.6%에 불과한 면적에 전국민의 4명중 1명이 몰려있어 국토개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수도의 행정기능도 원할을 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도 서울은 올해 정부예산의 5분의 1(8조2백38억원)을 차지하고 있으며,전국 은행의 39%,자동차의 28%,전화의 29%가 집중돼있는,가위 「서울공화국」이다.
이미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서울은 엄청난 중력으로 인구·산업을 끌어들여 대폭발 일보직전에 처해있다.
따라서 「서울브랜드」,즉 서울이 갖는 매력을 없애지 않고는 어떠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수도권의 기능 분산과 국토의 균형개발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거대도시로서 행정의 비효율성과 과밀에 따른 피해가 엄청나 주민과 밀접한 행정체제를 구축,행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서울을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적극적 분할론자인 김원교수는 인구 3백만명의 중·대도시로의 분할마저 비판하면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전제한뒤 『우리나라는 인구 50만명의 중소도시가 적정규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도권의 기능분산과 국토의 균형개발을 위한 수도권 광역행정체제 구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치적 계산과 당리당략 차원의 고려가 숨어있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불꽃튀는 쟁점이 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앞둔 89년 민자당이 분할론을 들고 나온 것이나,95년 단체장선거를 앞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초 또 다시 분할론 검토설이 튀어나온 것으로 봐도 그렇다는 것이다.
서울은 그 규모나 상징적인 위치로 보아 민선 서울시장은 가위 「소통령」이라 할만하다.
인구 1천2백만명에 한국경제의 절반이상이 집중돼 있고 정치 1번지이며 사회·문화의 중심이다.
특히 92년기준 세무서징수 조세수입의 48.7%(12조2천억원)를 차지할 만큼 재정적으로도 독립돼 있어 정부의 간섭과 통제가 간단치 않다.
따라서 야권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다시 말해 민선 의회와 민선지사·시장,특히 민선 서울시장에 대한 정부의 공포와 우려가 분할론의 실체라는 것이다.
여기에 김 대통령의 집권 중반기가 될 95년이란 시점에서의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중간평가」가 될 수밖에 없어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도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논의제기 배경외에 또 하나의 복선이 깔려있다.
내무부 관료들의 불안감이 바로 그것이다.
자치단체장이 민선으로 선출되면 종래의 통제력이 약화될뿐만 아니라 「자리」 또한 엄청나게 줄어들고,마찬가지로 현재 시장·지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관료들도 갈 곳을 잃게 된다.
최근 단체장에 대한 징계권 추진이나 내무부가 하는 부시장·부지사의 인사,시장·지사와의 행정권한 2원화 모색이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서 민자당과 내무부의 이해가 일치,논리적 근거제공과 정책적 대안제시의 손발을 맞추고 있다는 추정이 설득력을 갖는다.
▷반대론◁
당연히 이에대한 반발도 거세다.
무엇보다 서울시민들이 「영등포시민」 또는 「청량리시민」이 된다는데 정서적으로 심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야권은 나름대로의 정치적 계산에 따라 반대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가장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측은 역시 서울시다.
서울시는 분할론이라는 행정구역 개편의 당사자로서 존립위기 차원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서울시는 89년 분할론이 제기되자 산하 시정개발연구원을 통해 대응책 및 반대논리의 구축·확산에 나서는 한편 부도심을 축으로 한 서울의 균형개발을 추진하는 안을 내세웠다.
내무부의 지방자치제도 발전연구기획단이 지난해 5월11일부터 20일까지 대전·광주·부산·서울에서 각각 지방공청회를 열기로 하자 서울시는 학계를 동원해 반대논리의 맞불작전을 펴겠다고 경고(?) 해 결국 서울공청회만,그것도 행정구역 개편내용을 제외한채 열렸다.
또 기획단측이 10월중 2차공청회를 위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예약하자 서울시는 반대내용의 세미나를 개최키로 해 둘 다 무산됐다.
서울시와 학계의 반대논리는 수도의 분할이 지구촌사회가 가속화하고 있는 현재의 국제화추세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우동기교수는 『분할론자들의 적정규모 도시론은 행정의 비용적 측면만 고려했을뿐 지하철·광역도로망 구축 등 집적경제에 따른 산출물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서울의 도시기능은 행정구역을 몇으로 쪼갠다해서 실질적으로 분할되지는 않으며,광역도시 형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상징성 말소와 국토균형개발론에 대해서는 국경없는 사회·국제정보화시대에서 국가의 위상은 그 나라의 대도시에서 찾게 된다는 주장이다.
즉 일본·영국·미국의 경우 국가개념이 아닌 도쿄·런던·뉴욕의 도시개념에 의거한 축이 형성되고 있는 추세라는 것.
도쿄의 경우 수도권 인구 및 산업분산이란 종래의 계획기조를 버리고 현재는 집적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대정보화도시로의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으며,런던도 EC통합 이후 런던경제 회생정책으로 사실상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북아경제권의 거점구축을 위해서도 서울의 집적된 기능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시간 경쟁을 통한 행정서비스 개선 효과론과 도시구조 다핵화를 통한 균형발전론에 대해서는 분할 반대론자들도 일부 수긍하고 있으나 도시간 이질화·계층화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예들 들어 91년말 기준 강남구의 구세수입은 4백85억원으로 성동구의 1백96억원을 두배이상 상회하는 등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토지세의 경우 과표를 1백% 현실화했을때는 강남 2천6백99억원으로 성동 7백33억원의 세배를 넘으며,이 차이는 93년 성동구 예산 1천32억원의 두배가 된다.
따라서 서울은 분할보다 국제화시대에 맞춰 경제거점 도시화하기 위한 거시적 성장관리정책이 필요하며,자치구에 대한 과감한 기능재배분 및 분권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여하튼 이미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서울이 공룡처럼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며,그것이 분할이든 거점화든 정치 이해를 떠나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박종권기자>
◎분할형태/첫 거론땐 3분할… 내무부 4∼5개 구역제기
89년 들어 건설부 산하 국토개발연구원이 「수도권정비기본계획」을 세우면서 서울의 3등분론을 제시했다.
사실상 첫 서울분할론인 셈이다.
주내용은 종로·중구만을 서울특별시로 하고,한강을 경계로 강남시와 강북시를 둔다는 것이다.
때를 같이해 민자당의 행정개혁위원회도 서울을 5∼6개로 분할하는 안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또 지자제 실시를 앞두고 내무부의 지방자치기획단도 「지방자치발전 중기계획」을 마련,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자는 수도권 정비기본계획의 3등분안을 좀 더 쪼갠 것으로,4대문안을 서울특별시로 하고 나머지 지역은 부도심을 중심으로 한 직할시 또는 독립시로 개편한다는 것. 즉 강남시·영등포시·청량리시·신촌시 등으로 분할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인천직할시도 2개 시로 나누고,경기도의 시·군은 도­농 통합개념에 입각해 적정규모로 통폐합한다는 안이다.
그리고 이들 기초단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가칭 「수도청」을 두어 광역행정을 담당케 하고,수도청은 당연히 내무부가 관장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안은 90년 현행 행정구역에 따른 지방의회 선거로 일시 주춤했다가 92년 9월 내무부가 노융희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지방자치제도발전 심의위원회」를 발족시키면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한 본격 검토에 들어가게 된다.
학계·언론계·경제계·전직관료 등 26명으로 구성된 심의위는 자치체제·자치운영·재정 및 개발의 3개 분과로 나눠 내무부의 지방자치제도발전 연구기획단이 마련한 안을 심의,확정할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영삼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93년 1월 민자당 정책위가 서울을 4∼6개의 독립시로 나누는 내용의 서울·경기 등 행정구역 조정안,즉 서울분할론을 제기했다.
최근 민자당에서 흘러나온 분할론도 결국 골격은 새로운 것 없이 사실상 내무부안을 유지하면서 분할 자체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인다.
◎런던의 예/33지역 나눠 완전한 자치권 부여
런던의 경우 중심부의 런던시와 외곽의 32개구 등 모두 33개 자치제로 분할돼 있으며 런던시를 포함한 13개 자치체를 묶은 내부런던(INTER LONDON)과 20개 자치체의 외부런던(OUTRE LONDON)으로 나뉘어 메트로폴리턴화 돼있다.
중앙의 런던시는 정치·경제 중심이며 여타 구는 런던시로부터의 간섭을 받지않고 완전한 자치권을 갖는다.
치안 확보 등 구간 협조가 필요할 때는 중앙정부가 조정에 나서거나 구협의회에서 해결한다. 이는 85년까지 단일시·단일의회로 운영되던 런던시가 방대해진 도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되자 대처행정부가 86년 분할을 결정한 것이고 서울시도 비슷한 상황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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