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참고인 사이 “오락가락”/검찰 소환 의원 어떤 자격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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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계좌추적안돼 일단 참고인 조사/수뢰혐의 입증될 때는 피의자로
국회 돈봉투사건을 둘러싸고 5일부터 검찰 수사과정에 관련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들먹여지면서 이들의 수뢰·사법처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한결같이 혐의사실을 부인하며 오히려 역공세를 취할 태세인데다 검찰도 『아직 확증이 없다』며 국회의원 관련부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결과를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운 실정.
종전의 검찰수사 관례로 보아 현직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구체적인 혐의사실 확보없이는 소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단 의원별로 전담 검사까지 지정해놓고 소환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그렇다면 검찰의 조사대상인 국회의원들은 피의자인가,참고인인가.
5일 현재까지 검찰이 피의자라고 구분한 국회의원은 단 한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수뢰의원이 전혀 없다고도 밝히지 않을뿐더러 검찰 간부들은 그럴 경우 수사결과를 국민들이 납득하겠느냐고 반문까지 하고 있는 실정.
검찰은 5일 『수사착수와 함께 노동위 의원중 돈봉투 사건과 명백한 관련이 없는 황인성의원 등 4명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중 일부는 전담 수사검사가 지정됐다』고 확인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의원도 구체적 소환일정이 잡혔거나 피의자로 구분한 것은 결코 아니다』고 물러서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한국자보 피고발인 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소환할 계획인 민주당 김말룡의원에 대한 조사는 돈봉투사건 발생부터 지금까지의 정황을 진술해줄 참고인 조사형식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과 상반된 입장을 보여온 노동위원장 장석화의원이나 『일부러라도 검찰에 나가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민주당 간사 원혜영의원,민자당 간사 최상용의원 등에 대한 조사도 일단 참고인자격으로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관련,『실명제 실시이후 검찰의 뇌물사건 수사는 예전과 완전히 패턴을 달리해 소환조사나 내사가 곧 피의자로 구분했다거나 구속방침임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명제 실시이후에는 먼저 혐의사실이 특정되지 않으면 예금계좌번호는 커녕 거래 은행조차 지정해 수사협조를 구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참고인 조사후 피의자를 특정하고 자금추적이 들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의원들에 대한 소환계획은 물론 의원들을 상대로 내사조차 한 적이 없다』는 검찰의 지나친 몸조심은 거꾸로 정가에는 수사확산 움직임으로 퍼져 나가는 효과를 낳고 있다.
특히 정가는 검찰이 노동위 일부 의원별로 담당 검사를 지정하고 있다는 사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의원별로 담당검사까지 지정했다면 단 한사람의 의원도 피의자로 지목하거나 내사하지 않았다는 검찰 설명은 선뜻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검찰이 4일 밤 확보한 한국자보의 비밀장부와 컴퓨터 디스켓도 회사측이 은닉하려다 적발된 것이라는 점에서 비밀장부의 해독은 또다른 엉뚱한 수뢰혐의 의원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에 시한폭탄이라고 불안해하고 있다. 결국 검찰과 정치권의 입장을 종합해보면 자보측의 뇌물공여 혐의가 다소 드러난다 하더라도 의원들의 수뢰혐의가 완벽하게 입증되는 순간까지 피의자와 참고인이 구분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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