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6대도시 소비자의식 여론조사-개인.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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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소비자」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대량생산.대량판매 속에 소비자들은 말 그대로 소비만 해주는,기업으로 봐서는 가장 좋은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사회환경의 급변,개성 추구,자율성의 확대,세대간 의식격차등 거대한 시대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은더이상 상품이 이끌려다니기를 거부하고 있다.이미 日本에선 생산자시각에서 본「소비자」라는 단어가 주관있는 선택자의 의미인「생활자」로 대체되고 있다.학계나 업계에선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기위해「여피」나「신세대」는 물론「신인 류」「네오패밀리즘」「네스팅族」「딩크族」등과 같은 말까지 만들어 냈으나 결국 어떤 말로도이들을 구획짓기에는 역부족이었다.결국 성격규정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X세대」라는 말에 만족해야 했다.本紙는「X세대」,즉 달라지고 있는 우리자신 들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보자는 차원에서 종합광고대행사인 第一企劃이 93년 실시한「소비자 의식조사」결과를 특집으로 소개한다.「소비자 의식조사」는 국내 일반 설문조사중에선 가장 큰 규모(7천명 면접조사)로 이뤄져『인구총센서스 다음 으로 최대』라고 불릴 정도로 비중있는 여론조사다.
이번 조사는 서울.釜山.大邱.仁川.大田.光州등 전국 6대도시 거주자를 인구비례에 따른 다단계 지역표집방법과 개별면접에 의한설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설문응답내용 을▲개인.가정생활▲의식주생활▲레저.건강생활▲소비의식.行態등 4개부문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편집자 註] ▲사는게 뭐길래 갈수록 힘드는 현실 자신의 생활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4명중 1명꼴(26%)이 생활에 불만을 갖고 있어 91년의 13%,92년의 22%에서 계속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반면 만족한다는 사람은 37%로 92년(38%)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계속된 불경기로 경제적 형편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계층별로 보면 남자(39%)보다 여자(35%)가 만족도가 낮고,특히 건강해야 할 10대 중.고교생들이 시험 공부에 찌든 탓인지 기성세대보다 훨씬 낮은 만족도(33%)를 보였다.
▲건강하고 아이공부 잘하면 최고 개인적 관심사(중복선택)로 절반 이상이 건강.질병(52%)을 꼽았으며 그 다음은 자녀 교육(31%),가족(28%),학문.공부(27%),우정.친구(25%)등의 순이었다.
연령에 따라 관심사도 달라 10대는 우정.학문이 우선이었고 20대는 이성.결혼,30대 이후는 건강.자녀교육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남녀 모두 첫번째 관심사는 건강이지만 남성은 학문(30%)과직장(29%)에,여성은 자녀교육(36%)과 패션.미용(24%)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높았다.
▲契는 여전히 인기있는 財테크 수단 재산 증식 수단으로 계가16.6%로 투자신탁(12.9%),증권투자(12.6%),부동산(10%)을 제치고 은행저축(75%)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나이가 많을수록,남자보다는 여자가,자영업자와 블루칼러층이 계를 선호하고 있었다.
▲늘어나는 신세대.신인류 좋게 보면 개성있고,나쁘게 보면 나밖에 모르는 사고 방식이 번지고 있다.
미래보다 현재를 더 중요시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옳은지 모르는가치관 부재에 빠져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인의 모습이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54%)이「규칙이나 규범에 얽매이는 것을싫어한다」고 응답했고,「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느끼는대로 산다」는 사람이 38%로 그렇지 않다는 사람(37%)보다 많았다.예속을 싫어하기는 젊은 계층이 더 하지만 정 작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는 응답은 나이가 들수록 비율이 높았다.
10명중 6명은 미래보다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10명중4명은 생활을 즐기기 위해 어느 정도의 낭비는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어느 정도의 낭비」필요성에 대해서는 10대(41%)와 20대(46%)인 젊은층일수록,대졸 이상(43%).
월2백만원이 넘는 고소득자(49%)일수록긍정적인 입장이었다.
서구적 사고나 생활방식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람이 40%인 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26%로 오히려 소수였다.역시 젊은층과 고학력.고소득층에서 서구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았다.
그러나 가치관의 혼돈도 두드러져 41%가「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지 모를 때가 많다」고 시인했다.이는 92년의 36%보다 5%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부인한 응답은 33.3%.
10대(47.8%)와 여성층(45.6%),월1백만원 이하 저소득층(43.2%)에서 이같은 가치관의 혼돈이 더욱 현저히 나타났다. 결국 개인주의.현세주의.물질주의와 가치관 부재등 서구에서 보아온 정신적 특성들이 우리 몸에 배어가고 있는 것이다.
▲內助.外助가 따로 없다 남편은 돈벌고,아내는 가사를 돌보는전통적인 구조는 이미 깨졌다.
밥하고 청소하는 일은 아내만의 역할이 아니라 부부의 공동 분담이란 의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
「청소.요리등 집안일을 함께 할 때가 많다」가 32%(부정 44%)로 92년의 24%보다 크게 높아졌다.
특히 20대 기혼자의 경우 42%나 됐고 50대도 25%에 달해 가사분담이 점차 보편화되는 추세다.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는때 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주부의 경제권 독점은 더욱 심화됐다.주부가 남편의 월급을 전부 관리하고 있는 경우는 64%로 92년의 58%보다 한결 늘었다.주부가「재무장관」을 맡고 있는 비율이 20대는 75%,30대는 68%,40대는 61%,50대 는 52%에이른다.고학력.화이트칼러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으나 월수 2백만원이 넘는 고소득층(51.5%)과 생활수준이 상류층(55.9%)일수록 오히려 낮았다.
아무래도 가계 규모가 커지면 주부가 경제권을 모두 행사하기는어려워진다는 분석이다.
▲결혼해도 싫어지면 그만 때가 되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하며,이혼은 해서 안된다는 유교적 사고도 많이 퇴색했다.
4명중 1명(27%)이「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다」며 결혼의당위성을 부인했다.이런 경향은 여성(37%)이 남성(17%)보다,나이가 젊을수록(20대 33%,30대 26%,40대 19%)강했다.
이혼에 대해서도 관대한 입장을 가진 사람이 많아졌다.어떤 경우라도 이혼해서는 안된다는 반응은 48%였고 이혼 할 수도 있다는 응답은 32%나 됐다.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이혼 해서 안된다는 입장(40%)보다 할수도 있다는 생각(41 %)이 더 많았다. 婚前 성관계에 대해서는 4명중 1명(23%)이「사랑하는 사이라면」이란 전제 아래 긍정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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