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당국사전심의 없이 음반내 물의 가수 정태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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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해 10월 음반『92년 장마-종로에서』를 당국의 사전심의없이 발표하며 가요의 사전심의 철폐운동을 벌여온 가수 정태춘씨가 지난달 25일 불구속기소됐다.
정씨는 이에 대응해 공연법과 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가요의 사전심의 조항이 헌법의 예술의 자유,언론출판의 자유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위헌제청신청을 재판부에 낼 계획이다.
다음은 정씨와의 일문일답.
▲『92년 장마-종로에서』는 사전심의에서 불가판정이 날만한 내용인가.
-그렇지 않다.서정적인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나.
-재판까지 가서 위헌제청신청을 내 사전심의 조항 자체를 문제삼고자 한게 궁극적 목적이다.
▲현재 공륜의 심의는 과거와 달리 웬만하면 통과된다고 하는데구태여 제도 자체를 없앨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는데….
-과거 군사정권때에 비해 심의의 질이 향상된건 사실이다.그러나 아직도 납득되지 않는 불가판정이 종종 있다.내 노래중 지금까지 20여곡이 불가판정을 받았다.
지난해만해도 물질만능주의를 풍자한 강산에의『돈』,우리사회의 특징적인 여러가지 죽음을 소재로 한 안치환의『죽음』등이 사회비판적인 가사가 문제돼 불가판정이 났다.
사전심의는 심의의 질을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작가들의 상상력을 억압해 가요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가요 가사가 천편일률적인것도 오랫동안 심의에 길들여진 결과라고 본다.
▲사전심의를 폐지하면 마약.범죄조장과 같은 저질가사나 표절이훨씬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찮은데….
-표절은 실정법상 당사자간의 저작권 분쟁이기 때문에 소송이 있기 전에는 공륜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또 현실적으로 공륜의 사전심의는 표절여부를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저질가요에 대해서는 방송에서 차단하고 실정법으로 처벌하면 된다.외국에서는 대부분 이 방식을 택하고 있다.사전심의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일본가요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장기적으로 불가피한 현실이다.이미 국내 앨범시장은 팝이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일본가요가 유입되면 한국가요시장은 더 줄어들 것이다.이럴때 일수록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사전심의를 철폐해 다양한 소재의 가요가 나올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듯 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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