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료 지역차등제 사고 많은 지방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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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교통사고율이 높은 지역의 자동차 보험료를 높게 매기는 '자동차 보험료 지역차등제' 도입 방침을 밝히자 사고율이 높은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운전자들의 안전운행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 이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전북.강원.충남.울산 등 지역 주민들이 '새로운 지역차별'이라며 제도 도입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반발 확산=전북 전주시는 18일 설 연휴가 낀 이번주부터 지역주민과 귀성객들을 상대로 자동차 보험료 지역차등제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 서명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서명운동에는 전북지역 27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김완주(金完柱)전주시장은 "도로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통사고 책임을 주민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원도 춘천시, 충남 금산군, 전남 순천시, 울산시 남구, 대전시 서구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고율이 높은 지자체들도 보험료 차등화 철회 운동에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이들 지역 단체장은 오는 2월 금감원을 방문,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서명부를 전달하고 공동으로 반대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지방의회 및 지역 시민단체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강원도 18개 시.군의회 의장단은 16일 월례협의회에서 보험료 차등화안의 백지화 건의를 결의했다.

전북 도의회도 "보험료 차등제안이 소외지역 불균형의 악순환을 심화시키고, 지역 역차별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는 의견서를 청와대와 건교부 등에 보냈다.

이들 지자체는 정부의 중앙집중식 개발정책에 따른 지역낙후로 도로 및 교통안전시설이 열악해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도 이를 주민들의 책임으로 돌려 부담을 지우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전북도는 교통사고 건당 사망자수 0.046명, 부상자 1.59명으로 전국평균(사망자 0.031명, 부상자 1.48명)보다 높은데, 이는 도로 포장률(2002년 말 기준)이 전국평균(76.7%)보다 낮은 72%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북의 비포장도로율은 전국 평균(14.8%)보다 훨씬 높은 22.9%나 되고, km당 교통안전표지판 수도 7.9개로 전국평균치(9.1개)보다 13%나 적다"고 말했다.

◇자동차 보험료 지역차등제=사고가 많이 발생해 자동차보험금 손해율(징수한 보험료 대비 지불한 보험금 비율)이 높은 지역의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더 내게 하고, 손해율이 낮은 지역의 운전자는 보험료 부담을 낮추려는 제도. 차등보험료율 등 구체적 방안은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5월께 최종 확정된다.

금감원 박창종 보험감독국장은 "제도가 시행될 경우 지자체의 사고예방 노력과 운전자들의 법규준수 의식이 높아져 보험료 부담이 가벼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춘천=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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