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우수업체로 선정 생필품메이커 러버메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수많은 기업이 명멸하는 미국내에서 쓰레받기 같은 허드레 생활용품을 만드는 회사가 지난해 최우수 기업으로 뽑혔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미국내 42개업종 4백4개 기업을 대상으로 1만명 이상의 경영자.재정 분석가등 전문가들의 의견을물어 최근호(2월7일자)에 선정,발표한 「93년 미국 최우수기업」에서 러버메이드는 IBM.코카콜라.마이크로소 프트.3M등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주방.욕실용 플래스틱 제품이나 쓰레받기.걸레통 따위의 허드레제품을 만들어내는 이 회사가 이토록 높은 평가를 받은 원인은 무엇보다「언뜻 평범해 보이면서도 다른 제품과는 어딘가 다른」 느낌을 주는데 있다.
이같은「차별화」는 최고 경영자에서부터 말단 직원까지 체질화되어 있는 발명 마인드,미세한 끝마무리까지 놓치지 않는 장인정신,과감한 연구개발(R&D)투자로 뒷받침된다.
러버메이드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8억달러(약 1조4천5백억원)에 순이익 1억8천4백만달러(약 1천4백86억원).창업 이래 최고 기록이다.미국 기준으로 규모가 그리 큰 것은 아니지만 내용은 알짜배기다.
여기에는 물론 볼프강 슈미트現회장과 스탠리 걸트前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슈미트회장 자신도 뛰어난 아이디어 맨이다.얼마전 영국출장중「심심풀이 삼아」런던의 大英박물관에 들렀던 그는 대개 그냥 지나치고마는 고대 이집트 유물을 보고『이런 멋진 주방기구가 다 있나』하면서 무려 11가지의 신제품 아이디어를 내놓 았다.
러버메이드의 더 큰 자산은 소비자 지향의 아이디어 至上분위기다. 리처드 게이츠 경영개발실장은『우리는 驚天動地할 새 제품을찾아 연연해하지 않는다.다만 우편물 박스.걸레.조립가구니 아이스박스니 하는 보잘 것 없는 5천가지 제품을 더 좋게 만드는데관심을 쓸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회사 제품엔 작지만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품질 개선 노력이 담겨있다.바닥에 抗菌물질이 들어있는 걸레통,우편물을 놓으면 깃발이 일어서 멀리서도 우편물이 왔음을 알려주는 우편물 박스등은 이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이 회사가 애지중지하는 20개 연구개발팀에서솟아나온다.5~7명으로 구성된 이 팀들은「실용성」을 지상의 가치로 삼고 하루 평균 한가지 이상 새 제품을 개발한다.단순해보이는 새장만 해도 25가지다.
누구나 오하이오州 우스터市에 있는 공장에 들러보면 별 볼일 없는 플래스틱 용기 하나를 붙들고서도 마무리에 땀을 뻘뻘 흘리는 직원들을 보고 놀라게 된다.
러버메이드에는 사전 시장조사도 없다.예를 들어 낚시용박스를 만든다면 시장조사 대신 10여명의 낚시狂들에게 보여줘 자문받는식이다.이렇게 하루 한가지씩 새 제품을 만들고 대개는 성공한다. 슈미트회장은 이에대해 『시장조사를 한답시고 법석을 떨어봐야팔기도 전에 盜用당하기 십상이다.그러나 그보다 우리 자신에게 처음부터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면 된다는 자기 암시를 주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李在薰기 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