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골프 국내 전문 캐디 1호 지은희씨 "안선주 짝꿍으로 덕 좀 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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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안선주(右)와 캐디 지은희씨가 막대 사탕을 빨아먹으며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KLPGA 투어의 빅3 중 한 명인 안선주(20.하이마트)의 캐디(도우미) 이름은 지은희(30)다. 올 시즌 2승을 거둔 지은희(21.캘러웨이)가 아니라 동명이인이다. KPGA 투어의 유망주인 강성훈(신한은행)도 프로 입문 동기인 '괴물' 김경태(신한은행)와 동명이인인 전문 캐디를 쓴다. 우연 같지 않은 우연이다.

지은희 선수는 안선주의 캐디가 자신과 같은 이름인 게 기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지은희는 "언니"라고 부르고 지 선수의 아버지는 "우리 큰딸"이라며 귀여워한다.

안선주.지은희의 겉모습은 대비가 된다. '빅마마'라 불리는 안선주와 달리 지은희씨는 1m70cm에 마른 체구다. 안선주가 "그 몸으로 어떻게 가방을 드느냐"고 안쓰러워할 정도다.

콤비는 훌륭하다. 지씨와 호흡을 맞추면서 안선주는 올해 3승을 거뒀고 상금 2억1500만원을 벌었다. 안선주는 "언니랑 함께하면서 라운드에서 한 타는 줄인 것 같다"고 말했다.

KLPGA 투어에서도 올해 대회와 상금이 많아지면서 '아버지' '아는 오빠'가 아니라 전문 캐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씨가 원조다. 전문 캐디는 미국 투어에서처럼 선수 성적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다.

안선주의 성적이 좋아 지씨 수입도 쏠쏠하다. 상반기에만 2600만원 정도를 벌었다. KLPGA 투어 상금 랭킹으로 치면 20위권이니 웬만한 선수보다 낫다.

지씨는 캐디 출신 레슨 프로이기도 하다. 나산(현 필로스) 등 몇몇 골프장에서 4년 정도 캐디를 하다가 골프에 소질을 보여 레슨 프로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곳에 있는 것이 답답해 투어 캐디로 나서게 됐단다.

"경기 시작 전 친언니처럼 가벼운 얘기를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지씨는 말했다. 갤러리가 안 선수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하면 대신 '냅다 쏘아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씨는 "국내에도 전문 캐디가 늘어나고 미국 같은 큰 투어에 한국인 캐디가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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