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주부통신>5.프랑스의 음식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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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민의 70%이상이 가톨릭교도로 세계적 美食家의 나라인 프랑스는 그에 걸맞게 음식의 대부분이 종교 의식과 軌를 함께 한다.음식은 또한 프랑스 특유의 예술적 감각이 깃든 陶器를 비롯한생활문화를 발달시킨 중요한 원인인것 같다.지난 6일은 主顯節(그리스도가 30번째 탄생일에 세례받고 신의 아들로 세상에 나타남을 기념하는 구교 즉,천주교및 감리교의 축제일,프랑스는 1월첫 일요일).이날은「걀레트 오 르와」라는 둥글고 바삭바삭한 케이크를 먹는 관습이 있다.
걀레트는 크기가 지름 5㎝정도부터 있는데 40㎝가 넘는 10~12인용이 일반적이다.특별히 지름이 1m가 넘는 대형 걀레트를 구워 자선행사나 연회에서 쓰기도 한다.이 케이크 속에는 아몬드 가루를 달착지근하게 만들어 속을 넣는데 지역에 따라 설탕졸임한 과일로 꽃처럼 위를 장식한다.
걀레트 속 한 곳에「페브」(강낭콩이란 뜻으로 예수가 보에 싸인 모습을 강낭콩 크기의 도자기로 빚었다고해서 붙인 이름)를 넣어놓고 찾기도 한다.둥근 걀레트는 우주를 상징하고 페브는 별이 떨어진 장소,즉 아기예수의 탄생을 의미한다.
걀레트를 나누어 먹을 때 자기몫의 걀레트 안에서 페브가 발견된 사람은 그날의 왕이 된다.그에게는 으레 시내의 빵집에서 걀레트를 사면 함께 주는 황금빛 찬란한 종이왕관이 씌워지고 그날하루 하고싶은 일은 다 허락된다.이는 중세기부터 교회가 가난한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누어 주던 것에서 유래한다.지금까지도 이 풍습은 전해져 해마다 각 직장.학교.가정에서는 이날을 잊지않고즐거운 마음으로 새해의 마음을 나누듯 걀레트를 나눈다.
이 속에 든 페브는 원래 도기 장인들의 솜씨겨루기로 아기보에싸인 예수.동방박사.양치기소년.성모 마리아등의 모습을 고운 도자기로 구워냈다.크기는 사방 2㎝ 정도인데 요즈음은 이를 컬렉션하는 사람들이 많아 해마다 색다른 것을 창안해 경쟁적으로 손님끌기 작전을 벌인다.
프랑스에서 매상고 1,2위를 다투는 유명한 제과점「르 노트르」는『올해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소니아 리켈이 특별 디자인한페브가 들어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대대적인 광고를 한다.퐁피두.지스카르 두 前대통령부인이 자주 들른다 고해 유명해진식품점「포송」은 왕관에 천연돌까지 장식했고,어느해는 색수정을 넣어 호사가들의 발걸음을 바쁘게 하기도 했다.
원래 크리스마스인 노엘부터 시작한 이런 일련의 음식과 관련된종교적 관습은 2월2일 봉헌축일(예수가 교회에 첫 출현하고 성모마리아의 취결례를 기리는 축제일)크레이프를 먹는 행사후,3월광야에서 예수의 단식수행을 기리기 위한 정진기 간으로 부활절전40일간의 사순절이면 끝난다.
크레이프를 먹는 날은 브르타뉴지방 출신의 가정에서 주로 친구들을 초대한다.밀가루.계란.우유에 맥주를 조금 넣고 걸쭉하게 반죽해 잘 달군 팬에 주걱으로 떠넣어 지름30㎝정도로 종이처럼얇게 지짐을 굽고 온갖 속을 넣어 고깔처럼 말아 먹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 서북쪽 고인돌 선돌의 유적지로 유명한 브르타뉴지방의 향토음식인 때문이다.크레이프는 지짐 위에 먼저 버터를 녹이고 각종 잼.꿀.설탕.초컬릿등을 넣어 달게 먹는 디저트나 간식용과 치즈가루.햄.베이컨.다진양파.버섯등 을 볶아넣어주식용으로 짭짤하게 먹는 것등이 있다.
파리 17구에 사는 40대의 카트린.토마 부부는 둘다 광고회사 중역으로 9,7세의 두아들을 두고 있다.이들은 브르타뉴가 고향인 죄로(?)매년 이날만은 모든 스케줄을 미루고 평소 자주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열댓명씩 불러 30~40장 의 크레이프를연신 구워낸다.
푸르죽죽한 치즈 롭포르나 블루도베르뉴는 마늘을 둠뿍 넣은 샐러드에 비벼 특별한 맛을 내며 비프스테이크나 구운 통감자에 곁들이는 독특한 소스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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