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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정상회담 욕심 안 내겠다"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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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청와대의 기조는 '조용하고 내실 있게'다.

노무현(얼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는 이런 기조가 그대로 배어 있다. 노 대통령은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표현은 노 대통령이 직접 연설문에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과도한 기대나 무리를 하지 말자는 의미다.

그 이유를 청와대 관계자들은 두 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1차 정상회담과의 차별성이다. 2000년의 경우 남북한 정상 간 첫 만남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이 있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파격 의전은 이런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회담의 성과는 여운이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 회담은 1차 때와 같은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여론도 당시보다 냉정하다. 청와대로선 형식보다 내실 있는 회담에 주력해야 이런 여론을 돌파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7.4 공동성명,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공동선언을 일일이 열거하며 "새로운 선언보다는 이미 한 합의를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실용주의 접근법을 강조한 것도 그 때문이다. 또 노 대통령으로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갖는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임기말인 데다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열린다. 구체적인 내실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자칫 '남북 정상회담 무용론'이 확산될 우려도 있다. 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무엇은 안 된다. 이것만은 꼭 받아내라"는 부담을 지우시지 말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신중한 기조는 북핵 문제를 의제에 반드시 포함시키라는 한나라당의 공세를 잠재우는 효과도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모종의 깜짝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기대치를 낮추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한다.

지금까지의 발언으로 봤을 때 북핵 문제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은 분명한 것 같다. 노 대통령은 "남북대화는 6자회담의 성공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 해결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이 촉매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상회담에서 풀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 문제는 이미 2.13 합의를 계기로 6자회담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북핵과 평화체제가 당연히 다뤄지겠지만 최종적으로는 6자 틀 속에서 해결될 문제"라고 못박았다.

상대적으로 노 대통령은 남북한 경제협력에 역점을 두고 있다. '남북 경제 공동체'라는 새로운 개념을 앞세워 "남북 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한 게 단적인 예다.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남북이 경제를 매개로 서로 묶이는 게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 구조를 정착시키는 해법이라고 강조해 왔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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