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후기고교 배정작업 끝낸 서울시교육청 이수일장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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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년 내내 지고있던 무거운 짐을 벗어놓은 느낌입니다.하지만원치 않은 고교에 배정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29일 서울시내 후기주간고 합격자 10만7천1백14명(남자 5만9천8백78,여자 4만7천2백36명)에 대한 고교배정을 마친 서울시교육청 李修一장학관(52)은 마냥 홀가분하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저도 아들이 집 바로옆인 S고 대신 멀리 떨어진 신설고교에배정됐을때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더군요.딸도 마찬가지였고….』그는 자신이 배정을 담당했으면서도 자기 자녀들이 내키지않는 고교에 갔던 경험을 통해「부모의 마음」을 절감했다.
李장학관은 87년부터 올해사이 다섯차례나 고교배정업무를 맞은베테랑이다.학부모들은 흔히 학생들의 수험번호를 컴퓨터에 집어넣기만 하면 학교배정이 끝나는 걸로 생각하지만 그리 간단치만은 않은 것이 학교배정작업이다.
『가장 큰 고려대상은 역시 통학거리입니다.후기고 합격자가 발표되면 일선교사와 장학사들이 팀을 구성,서울시내 버스.지하철 노선과 배차간격,학교에서 정류장까지 걸어서 걸리는 시간등을 현장답사하며 일일이 다 확인합니다.』 실측으로 확인된 자료들은 모두 컴퓨터에 입력된다.이밖에 각 학교의 성적차가 너무 크지 않도록 하고 가급적 학생의 종교에 맞는 학교에 배치하는 것등이컴퓨터에 배정 고려사항으로 입력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시내는 9개 학군으로 나뉘어 있지만 8학군을 제외하곤 사실상 학군제의 의미가 없습니다.학군과 관계없이 가까운 지역 학교로 배치되니까요.하지만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도심지역 학교들의 학생수가 6천명이나 부족해 도심쪽으로 조금씩 밀 려 배치되는 거죠.』 80년대들어 8학군열풍이 불고 한햇동안 서울에서 늘어나는 5천명의 학생중 60%인 3천명이 8학군지역에 몰리면서 85년부터는 8학군지역만 통학거리와 상관없이 거주기간이 적용됐다. 89년엔 자녀가 타학군으로 배정된 8학군 학부모들이 교육청은 물론 李장학관의 집에까지 몰려와 점거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자식을 키우는 같은 부모 입장이지만 집까지 이틀간 점거당할때는 서글픈 생각도 들더군요.90년대들어 8학군 열풍이 잠잠해져 정말 다행입니다.』 그는『평준화에서는 학교선택권이 없고 평준화를 포기하면 과열과외의 망국병이 되살아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국제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결국은 학생.학교에 선택권을 주는 시장경제 원리가 도입되지 않겠느냐』며 배 정담당자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학생들의 불만이 사라질날을 기대했다.
〈金鍾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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