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수출 늘어도 미 적자 여전/통상압력 타당성에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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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소비자 일제 선호로 수입 안줄어/「시장개방=적자해소」 명분 잃어
미국은 최근 일본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대일 무역적자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의 통상압력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통산성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대일수출은 달러화를 기준으로 92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2% 감소를 나타냈으나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9%,10월·11월에는 각각 0.2%와 4% 성장을 보였다.
일본에 대한 수출이 이처럼 증가했지만 5백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전혀 줄지 않았다.
이는 미국의 대일 수출을 잠식할 정도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이 늘어난데 따른 현상이다. 미국에서 팔리는 일본제품은 최근의 엔고로 전보다 상대적으로 비싸졌으나 이에 아랑곳없이 지난해 11월 일본의 대미수출이 8.3% 증가하는 등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일본은 미국시장에서 전자·전기 등 일부 제품에 대해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면서 대미수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일제 비디오 카메라의 경우 지난해 11월 미국내 판매가 37%나 증가하는 등 미국에서 일제상품에 대한 열기는 수그러들줄 모른다.
이 때문에 미국측이 맹신하고 있는 「대일 무역적자 해소=일본의 시장개방」이라는 등식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까지 대일적자를 줄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일본의 시장개방 뿐이라고 전제하고 일본측에 대해 끈질기게 시장개방 압력을 행사해왔다.
미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일 포괄경제협의에서 일본측에 대해 보다 폭넓은 시장개방을 요구하는가 하면 로이드 벤슨 재무장관까지 동경에 파견해 압력을 넣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조차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 슈퍼 301조를 다시 부활,우루과이라운드(UR) 합의에 정면 배치되는 이 법안을 적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같은 노력이 대일 무역적자를 줄이는데 별반 효과가 없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미국은 대일 무역압력을 계속 행사할 경우 미국의 통상압력을 받고 있는 국가들로부터 「명분 잃은 억지 싸움」을 이끌어나간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일수출이 늘어났음에도 무역적자가 줄지 않는다는 사실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해외시장의 개방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자국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이들 국가의 지적을 더욱 설득력있게 만들어주고 있다.<이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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