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환율에 민감한 러시아 국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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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러시아인은 환율에 민감하다.
이들이 특별히 국제금융에 관심이 많고 천재적인 소질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어쩔수 없는 현실이지만 현재 러시아의 가격 구조와 상거래의 교환매체가 달러에 직접적으로 연동되어있고 달러對 루블의 환율에따라 자신들의 거래이익이 매일같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날의 환율이 달러당 1천2백루블로 결정되었다면 통상적으로 일반 상점에서 결정한 양심적인 환율은 1천2백50~1천3백루블정도 되고 일상용품을 쉽게 살 수 있는 외환상점에서는 1천3백50~1천4백루블 정도가 된다.이 때문 에 똑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1천2백루블로 환율을 결정한 상점에서 사는 것과 1천4백루블로 결정한 상점에서 사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된다.
또 수입업자나 수출업자,자신들의 임금을 달러로 받는 사람들의경우도 매일 변동하는 환율에 따라 임금의 절대액이 차이가 나기때문에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마도 전쟁터를 빼놓는다면 러시아인의 환율에 대한민감성은 전세계 어느 민족보다 앞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각 은행들과 금융회사들은 자신들이 결정한 환율표를이용해 환투기에 나서 경우에 따라서는 막대한 이익을 내기도 한다. 또 일반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끌어들이기 위해 피나는 경쟁을 하고있다.이러한 현상은 모두 러시아의 경제가 매우 취약해 자국의 화폐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매우 슬픈 현실이지만 모스크바에서는 달러상점(가격을 달러로 표기해놓고 이를 자신들이 정한 환율로 환산한 루블로 받는 상점)에서밖에 살수 없는 물건들이 많고 일반인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매일같이 달라지는 환율에 따라 엄청난 손해 를 보아야만한다. 이러한 차이는 그나마 달러로 임금을 받는 계층은 덜하지만 루블로 월급을 받거나 생활 할 수 밖에 없는 러시아 민중들에겐 그야말로 견딜 수 없는 모멸이요 괴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에서는 관광객이 많이 밀려오는 파리나 런던.뉴욕등에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환전소들보다 더욱 더 많은 환전소들과 불법 암거래상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모스크바에 주재하고 있는 외국 특파원들이나 대사관의 정무팀 인사들에겐 이와 같은 환율의 변동추이가 러시아 정치.경제상황에 대한 러시아 일반민중들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중요한 판단자료가 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안정되고 별문제 없을 듯 싶으면 시중의 환율은러시아 은행거래소에서 결정되는 공식환율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나 정치가 조금이라도 불안하게 느껴진다면 러시아인들의 달러 사재기 현상이 재현되고 이에 덩달아 길거리의환율도 공식환율보다 훨씬 높게 매겨진다.
싫든 좋든 러시아에서 달러는 적어도 일반인들의 家計에 가장 중요한 매개변수로 작용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모스크바=金錫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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