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휘씨 문제/장기화 가능성/미 “결정은 이민국 소관” 통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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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치적 망명 아닌 만큼 국내법 따라 처리”/김씨 소송땐 체류기간 5년까지 늦춰져
미국정부가 29일 김종휘 전 외교안부수석에 대한 영주권 발급여부 결정을 일시 보류할 것이나 최종결론은 이민국 소관임을 밝혀옴에 따라 김씨의 영주문제는 상당기간 한미간의 현안으로 남을 전망이다.
현재로선 미국이 말하는 「일시」라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미국측의 서류검토작업은 적어도 2∼3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의 요청도 있고 하니 김씨에 대한 영주권을 서둘러 발급해주지 않고 상황진전을 보아가며 결정하겠다는게 미국측의 뜻이다. 더욱 미 국무부가 『김씨의 영주권 신청이 정치적 망명이 아닌 만큼 최종결정은 이민국에서 하게 될 것』이라고 통보해온 것은 미국정부가 이 문제를 「정치적 고려」 차원이 아니라 국내법에 따를 방침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김씨가 6공때 정부 고위관리를 지낸 점을 감안,한국에 보내면 정치적 박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영주권을 내주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범법행위를 한 기소중지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부 일각에선 김씨의 미국체류 허용기간이 오는 4월로 만료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김씨가 귀국문제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점쳤으나 이 가능성은 아주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영주권 신청이 비자만료 때까지 허용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소송 등을 통해 얼마든지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류허용기간이 지나면 미국정부의 강제추방도 상정해볼 수 있으나 현 단계에서 현실성이 거의 없으며,설사 이같은 결정이 내려져도 김씨가 소송을 내게 되면 줄잡아 2∼5년이 걸린다.
미국정부가 만의 하나 한국정부의 강한 요청을 받아들여 김씨에 대한 추방령을 내릴 경우 그는 한국이 아닌 제3국을 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 따라서 김씨가 측근 등의 권유로 스스로 귀국하지 않는한 정부가 김씨를 귀국시켜 사법처리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셈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예상하고 있는 미국정부의 공식반응은 대략 세가지 정도다.
우선 미국은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고려해 상당히 단호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만약 김영삼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이 문제 해결에 협조를 요청한다면 미국은 김씨에게 체류요건이 소멸됐다는 점을 들어 출국강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김씨가 미 국내법을 어기지 않겠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를 보호하고 나설 수도 있다.
나머지 하나의 가능성은 미국이 이 문제를 이민국 소관으로 돌려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이 이중 어느 방안을 택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김씨 문제가 양국의 국내법·사법공조조약은 물론 국민감정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어 앞으로 상당기간 「뜨거운 감자」 역할을 할 것 같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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