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은 인사파문 무엇을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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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 자율화 역행 조직적 반발 불러/절차 무시해 「문책 정당성」까지 손상
동화은행은 인사파문은 정부 간여와 자율화의 틈바구니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는 은행 인사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안이다.
예년 같았으면 생각도 못했을 임직원과 주주대표의 「정부 간여」에 대한 반발이 조직적으로 표출되기에 이르렀다. 자율화로 가는 「금융시계」를 거꾸로 돌리는데 그만큼의 희생과 대가가 따른다는 교훈을 남긴 셈이다.
동화은행은 정부의 전격적인 행장 경질조치에 사실상의 주주대표인 비상임이사는 물론 부·차장급 간부,직원에 이르기까지 연대 서명으로 맞섰다. 그러나 더이상 밉보여서는 좋지 않다는 현실인식 속에서 그동안 안팎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식을 받아온 전무를 포함한 동반퇴진으로 모양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주면서 예금하도록 도와주는 등 실명제를 위반한 이 은행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밖에도 이번 장영자씨 사건에서 드러난 여러가지 위규에 대해 처벌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이기도 하다.
그런데 「적법한 절차에 의한 문책」을 무시한채 「종용에 의한 사퇴」라는 정치적 해결책을 시도했다가 은행의 조직적인 반발에 부닥침으로써 감독 당국의 문책에 대한 정당성마저 손상당한 결과를 빚게 됐다. 일이 꼬이자 은행감독원은 은행 인사에 깊숙이 간여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28일에는 동화은행의 임원들에게 빨리 이사회를 열어 일을 매듭지으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상 주주대표인 이북 5도민회에도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 노조 대표도 만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달래는 등 안간힘을 썼다.
동화은행은 실향민들이 한푼 두푼 모아 지난 89년 9월 설립해 이제 4년5개월 밖에 안됐고 주주가 1백20만명에 이르는 색다른 은행이면서도 출범 초기부터 풍파를 겪었다.
지난해 4월에는 안영모 전 행장이 비자금 조성혐의로 구속되면서 형편이 어려워졌다. 행장후보로 내세웠던 송한청전무가 은감원으로부터 거부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다섯달동안 행장없는 경영공백상태를 이뤘다. 선우윤행장은 취임한지 겨우 넉달이 지났는데 중도퇴진하고 말았다. 여기에다 은행 이름은 「동화」인데도 여러은행에서 모은 간부급 구성원들이 지역주의와 이해관계에 얽혀 「동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등 내부문제도 안고 있다.
어쨌든 정부는 앞으로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는 쪽으로 정책을 유도해 가면서 은행 인사가 실명상부하게 자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동화은행은 내부화합을 이뤄 새롭게 태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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