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역 건설 민자유치가 열쇠/고속철 역사와 역세권 개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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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서뢸 역부근 도심개발 활발해질듯/96년초 기본설계 마감 97년 착공계획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이 서울·대구·대전역사를 선상복합역사로 건설하고,인근지역의 역세권 개발을 통해 역을 도시의 발전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것은 좁게는 낙후지역인 철도주변 도심을 재개발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것이고 넓게는 도시기능의 재편성을 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부산을 1백분대에 주파하는 전국 반나절 생활권 시대의 도래에 따라 근본적인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검토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개발방향은 고속철도 운행의 긍정적인 영향을 국토에 골고루 미치게 하려는 측면에서 일단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재원확보가 요체이지만 지상역 개발을 위한 민자유치 방안조차 마련돼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남아있다.
◇지상역사 건립추진=90년 서울·대구·대전역사을 지하에 건설키로 하면서 경부고속철도 총공사비를 12조1천억원으로 추산했으나 재원마련이 어려워 지난해 6월 이 역들을 지상화하고 일부 기존 철도를 이용키로 계획을 수정했었다. 이 과정에서 1조1천7백여억원을 절감했고 일부 다른 계획축소를 통해 당초보다 1조4천여억원이 줄어든 10조7천4백억원으로 총 투자비를 조정했다. 계획수정과 동시에 공단측은 지상역사 및 역세권 개발에 대한 구상을 시작,자상역에 대한 감사원의 재검토 지시가 나오자 서둘러 공개한 것이다.
◇외국의 예=TGV가 지나는 피릉사의 릴르시의 경우 1백20만평방m 부지에 50억프랑을 투자,역사와 업무시설(은행·무역센터·호텔)·복합시설(상가·콘서트홀·레저시설 등)·전시실·주거단지(사무실·상가 등)·공원 등을 조성하고 있다. 87년부터 추진,92년 착공한 역사와 역세권 개발에는 공공자금 15억프랑,민자 35억프랑이 투자되며 모든 시설의 입주자가 이미 선정된 상태다.
TGV 대서양선이나 지나는 프랑스 몽파르나세시는 종래 여객·화물운송 위주의 철도역사 개념을 깨고 승강장과 궤도상단을 복개,각종 상업시설과 도로·주차장·도심공원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상가는 임대형식으로 민간이 운영,수익의 일정부분을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다. 일본 나고야역도 역사위에 53층 호텔과 51층 오피스텔을 지어 도시의 핵심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추진일정=공단은 2월중 국토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내년 중반까지 구상안을 마련한뒤 국내외 건축가들을 대상으로 역사에 대한 현상공모를 받을 예정이다. 96년초 기본설계를 마무리하고 이에 참여할 민간업체를 선정,97년 중반기에 착공에 들어가기로 했다. 특히 구상단계와 기본·실시설계 단계에 지역 대표 등을 참여시켜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키로 했다.
◇문제점=역세권 추진개발 등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막대한 민자유치 문제. 공단측은 『고속철도 역사는 사람통행이 빈번하고 정보의 접근이 편리한데다 국제화된 지역으로 수익성이 매우 높아 민간의 투자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상역 개발에 최고 몇조원이 들 것이라고 막연히 추산만 하고 있을뿐 어느 정도의 사업비가 소요될지와 수익성 규모를 전혀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
또 총투자비 10조7천여억원에는 역사 및 역세권 개발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공단의 예상대로 재원이 조달되지 않을 경우 지상역 개발은 물론 민자역사 건설을 통해 충당예정으로 되어있는 일부 철도 건설비 마련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모든 활동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우리의 사회·경제적 구조가 바뀌지 않는한 여객과 화물 이동이 고유기능인 철도역사 주변을 인위적으로 개발한다고 해서 과연 국토의 효율적 발전이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
이밖에 역세권 개발이 해당 자치단체 자체의 장기 도시발전 계획 등과 어긋날 경우 이의 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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