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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설비 직거래 인터넷 장섰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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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알겠습니다. 3백만원으로 하죠."

지난해 12월 30일 홈시어터용 스피커 제조업체인 한국스프라이트 권오균 사장은 매매 계약서에 서명했다. 자사의 13m짜리 컨베이어 설비를 파는 계약이었다. 권사장은 선선하게 계약했지만 속으로는 찢어지는 심정이었다.

이 설비는 1년3개월 전인 2002년 10월 경기도 군포의 공장에 2천만원을 들여 설치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스프라이트는 스피커에 이어 모니터를 만들기 위해 컨베이어벨트를 늘렸지만 내수 침체로 주문량이 뚝 끊기자 용도가 막막해졌다. 애써 투자했지만 줄곧 놀려야만 했다.

권사장은 결국 '설비를 고철 쓰레기로 만드느니 이를 필요로 하는 동료 제조업체에 팔자'고 결심했다. 공간만 차지하고 녹이 슬어 고철이 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권사장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고 설비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등록했다. 권사장은 "우리 설비를 사간 회사가 잘 되기 바란다"며 "우리 회사도 무선 스피커 사업 등에 집중해 내실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설비를 구입한 회사는 지문 인식 잠금장치 회사인 TS바이오메트릭스다. 이 회사 권성한 관리이사가 인터넷에서 매물을 발견하고 곧장 권사장을 찾아갔다. 이 회사는 마침 아웃소싱으로 공급받던 제품을 직접 생산하기 위한 조립라인이 필요했다.

권이사는 "한국스프라이트의 설비가 오래되지 않아 맘에 들었다"며 "원하던 설비를 싸게 샀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인터넷을 통한 중고 설비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판매자는 인터넷을 통해 매물을 소정의 절차를 거쳐 인터넷에 등록하면 되고, 구매자는 언제 어디서나 사이트에만 연결하면 필요한 설비를 검색할 수 있어 간편하다. 오랜 경기 침체로 인해 매물도 많이 나와 있어 싼값에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지난해 1월부터 '유휴 설비정보 포털 사이트'(www.findmachine.or.kr)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www.kfsb.or.kr).중소기업청(www.smba.go.kr).기계산업진흥회(www.koami.or.kr) 등 기존에 운영되던 인터넷 사이트를 링크시켜 포털 사이트로 활성화시켰다. 민간 중고기계 유통업체나 관련 단체 등 2백여개 홈페이지와도 연결돼 있다. 중진공 사이트에서는 지난해 1월 이후 6백22건(1백79억원어치)의 거래가 이뤄졌다. 중진공 관계자는 "통상 새로 구입할 때 가격의 60% 선에서 원하는 설비를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용 방법=매매를 희망하면 유휴 설비 정보 포털사이트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원하는 설비를 등록하면 된다. 비용은 무료다. 최근까지 6천4백74건의 설비가 등록됐다. 팔거나 사려는 물건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만을 알아보고 싶을 때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서도 둘러볼 수 있다.

최근에는 중국 등 해외에서도 매입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중진공은 등록된 설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기 등록된 설비를 3개월 단위로 점검한다. 최근에는 기술신보 등 금융기관과 연계해 담보로 잡혀 매물로 나온 설비들도 이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법원의 입찰 정보도 수록돼 있다.

중진공 정연모 부장은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유휴 설비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며 "매매 정보 등록을 실명으로 하도록 하는 등 등록된 설비의 신뢰성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중진공 유휴 설비 정보 포털사이트 담당자 02-769-6732~4>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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