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전자통신망-지구를 하나의 사무실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美國 펜터건(국방부) 상황실 對테러담당 사령관은 리비아의 사막에 숨어 있는 테러분자들을 잡기 위해 특공대를 파견했다.
특공대의 소형 컴퓨터화면에는 펜터건의 컴퓨터가 입력한 명령이1초의 시차도 없이 착착 나타났다.이들은 펜터건이 컴퓨터를 통해 전송하는 명령에 따라 기계처럼 움직였다.
펜터건 상황실의 대형화면은 첩보위성이 잡은 특공대 한명 한명의 움직임을 영화처럼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됐던 첩보영화『패트리어트 게임』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정교하고 거미줄 같은 펜터건의 군사용 컴퓨터통신기술이 민수용으로 탈바꿈해 일반 비즈니스 활동에응용되고 있다.기업들은 인공위성을 통해 본사(펜터건)와 해외지사(주둔군)를 하나로 연결,통신에 관한한 공간개념을 완 전히 없애버린 것이다.
시시각각「戰況」이 변하는 국제무역전쟁에서 秒를 다투는「작전명령」이 수시로 전달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결국 위성통신망이 필수적이다.이에 따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사로 보내는 본사의 지시가 마치 옆방 사무실로 서류를 전달하듯 간단하고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공위성을 통한 국제통신망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다.
貿公은 지난 92년6월 약5억원을 들여 18개 해외무역관을 본사의 컴퓨터에 접속해 컴퓨터통신을 시작했다.이름은 KOTRA-NET.지금은 50개국의 65개 해외무역관에서 이용하고 있는데 貿公은 연내에 81개 해외무역관 전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을 계획이다.
이용방법은 간단하다.본사에서 해외무역관으로 보낼 지시사항이 있으면 컴퓨터의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해 문서를 만든후 곧바로 전송하면 된다.아무리 먼지역이라도 연결하는데 30초도 안걸린다.
전송이 끝나자마자 해외무역관의 컴퓨터 단말기에는 본사가 보낸 문서가 고스란히 나타난다.
해외무역관은 지시사항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후 같은 방법으로본사에 전송한다.업무처리과정이 마치 한 건물안의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것 같다.
해외무역관은 또 매일 수집하는 시장정보를 수시로 본사의 컴퓨터로 전송한다.이때문에 貿公의 컴퓨터를 켜보면 해외 각지에서 보내온 정보가 가득 차있다.
정보전달의 시차도 없다.최근 美國이 슈퍼301조를 부활한다는소식을 국내에 가장 먼저 전한 것은 貿公이었다.美國에서 발표되자마자 KOTRA-NET에 입력해 언론보도보다 몇시간이나 앞섰다. 또 지난해말 濠洲정부가 韓國産 콤팩트디스크플레이어(CDP)에 대해 덤핑예비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는 발표도 당사자인 三星電子와 (주)SKC가 알기도 전에 먼저 보고했다.KOTRA-NET를 통해 현지발표와 거의 동시에 타전할 수 있었 던 것이다. 貿公의 朴幸雄정보관리부장은『과거 DHL(국제항공특급우편).팩스.텔렉스등을 이용할 때보다 통신속도가 훨씬 빨라졌고,정보관리의 효율성도 크게 향상됐다』며 『통신에 드는 비용도 절반정도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貿公은 또 내년부터 일반 기업에 컴퓨터에 쌓여 있는 정보를 일부 개방할 예정이다.누구나 貿公의 컴퓨터와 연결해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지금까지는 해외무역정보를 책자로 인쇄해 제공했으나 앞으로는 컴퓨터에 정보가 들어오는 동시에 제공하므로 정보의 유통속도가 더욱 빨라지게 된다.
이와 함께 貿公은 96년 日本貿易振興公社(JETRO)의 컴퓨터와 연결,정보를 주고받을 예정이다.정보소스를 세계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다.
물론 통신망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태양의 흑점이 폭발하거나 본사나 무역관의 전압이 불안정할 경우 컴퓨터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는가 하면 입력된 지시사항이 송두리째 사라져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貿公외에 삼성물산.현대종합상사.(주)대우.럭키금성상사등 대형종합상사들도 92년말부터 해외지사를 연결하는 전자통신망을 마련하고 있다.그러나 아직 貿公처럼 광범위하게 실용화된 단계는 아니다.통신망이 연결된 지사의 수도 적고 활용도도 그리 높지 않다. 삼성물산의 경우 美國.日本.유럽등 주요 지사에 전용회선을깔고 컴퓨터로 통신하는「SASCOM」을 도입했으나 아직까지 전체 지사 가운데 절반도 연결하지 못했다.95년까지 全지사망을 한데 묶는 네트워크를 만든다는 목표로 작업을 진행중 인데 보안을 이유로 정확한 추진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주)대우도「세계경영」이라는 경영전략에 따라「글로벌 네트워크」계획을 추진하고 있다.지금은 86개 지사 가운데 63개 지사에 전자통신망을 연결해놓은 상태다.
아직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30개 지사만 이용하고 있지만 올해안에 全지사가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뉴욕.런던.프랑크푸르트.도쿄.홍콩지사의 主컴퓨터를 본사의主컴퓨터와 연결해 통신 뿐 아니라 전 지역이 정보를 공유할 수있도록 할 계획이다.
***○…… 독자 SW 개발도 ……○ 럭키금성상사는 지난해말부터 전자통신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현재 美國.日本.홍콩등 3개 지역에서 전화회선을 통해 컴퓨터 통신을 일부 활용하고 있지만 전체 지사망을 한데 묶으려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개발작 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현대종합상사도 58개 해외지사 가운데 30개를 컴퓨터통신망으로 엮는데 성공했으나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좀더 기다려야 하는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는 2000년까지 많은 대기업들이 통신위성을 통해 세계 각국의 지사들을 연결하는 컴퓨터통신망을 완벽하게 구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전 세계가 하나의 사무실로 변한다는 뜻이다.
그때쯤이면「세계는 좁아도 할 일은 많다」는 말이 나올 법하다. 〈南潤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