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품 불량률 반으로 줄었다/노사안정으로 생산성 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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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근로시간 5년만에 증가/분규 39% 감소… 「불법」 비중도 줄어/“일하는 분위기” 올해도 이어가야
지난해 노사관계가 안정되면서 생산성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우리 경제도 성패의 상당부분이 노사관계에 달려있어 지난해의 성과를 토대로 노사 양측이 성숙된 모습으로 올해 임금교섭을 이끌어가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6일 상공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노사분규는 1백44건이 발생,92년(2백35건)에 비해 39%가 줄어드는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생산 차질액은 늘어
이 가운데 불법적인 분규도 92년 84건에서 지난해에는 34건으로 줄어 노조측이 분규를 일으켜도 합법적인 절차를 밟는 변화를 보였다.
분규로 인한 근로소실일수 역시 91년에는 3백27만일이었다가 지난해에는 1백30만일로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는 대형업체인 현대그룹 몇개 계열사에서 큰 분규가 발생,정부가 추정한 생산차질액이 92년의 1조9천억원에서 93년에는 2조원으로 커지기는 했다.
지난해의 노사관계가 이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인 점 등에 힘입은듯 생산성이 좋아지는 모습이 여러 부문에서 눈에 띄었다.
공업진흥청에 따르면 34개 주요 수출품목에 대해 불량률을 조사한 결과 92년만해도 4.4%였던 불량률이 지난해 말에는 2.5%로 낮아져 1년새 2% 포인트정도 개선됐다. 선진국의 1%에는 아직 못미치고 있지만 청신호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또 생산성본부 산하 생산성연구소에 따르면 제조업체의 총 근로시간수가 근로자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5년만의 증가세로 반전됐다.
총근로시간수는 89년에 3.7% 감소한 이후 92년에도 1.2% 감소하는 등 거듭 줄어들었으나 지난해에는 0.1% 증가했다. 지난해의 제조업 근로자수는 3.8%나 줄었으나 근로시간이 늘어난 것은 의미있는 변화라고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해석했다.
○「노경」으로 개념 바꿔
지난 89년 대형 노사분규로 경영위기까지 겪었던 금성사의 경우 노사관계를 「노경(근로자와 경영자) 관계」로 개념까지 바꿔가며 생산성 향상에 양측이 함께 노력해 지난해에 성과를 거두었다.
회사측은 이를 통해 라인 품질불량률이 91년 1.55%에서 지난해에는 0.4%로 좋아졌고 생산성 20%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사원의 자기계발교육기회 확대,공사를 망라한 사원과의 대화창구 운영,주택기금 조성 등으로 신경을 썼고 노조측은 「우리제품 판매운동」,생산성 혁신팀 운영,생산라인 합리화운동으로 화답한 결과였다.
이 회사의 대리점에 대한 납기 준수율도 92년에는 96%에서 지난해에는 98%로 개선됐다.
포항제철의 경우도 지난해 봄 경영성과 배분제를 도입하는 등 노사관계를 평화스럽게 이끌어 제품 t당 소요 노동시간이 지난해 3천6백19시간으로 전년대비 19% 감소했다.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도 92년보다 12% 늘어난 1억1천6백만원이 됐다.
이런 성과가 나타난 것은 경영성과를 매달 근로자들에게 공개하고 직원대표도 운영회의에 참석시키는 등 공영관계로 이끌어온 탓이다.
○경영성과 배분 호응
경영성과배분제는 근로자측의 호응을 얻어 생산성을 높였고 회사측은 지난해 보너스외에 모두 3백40%의 성과급을 지급해 화답했다.
인천지역 대형 노사분규의 대명사였던 대우자동차 역시 큰 변모를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2년 연속 분규없이 임금협상을 노조측과 타결했고 이를 토대로 지난해 차량 1대 생산에 드는 인시를 92년의 42인시에서 33인시로 단축시켰다. 불량률 지수도 중형차의 경우 92년 8.3에서 93년에는 5.8로 개선됐다.
기아자동차 역시 지난해 2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하며 1인당 연간 생산대수를 92년 42대에서 50대로 끌어올렸다.
노총 관계자는 『회사측이 공권력에 의존하려는 자세를 탈피,근로자를 동반자로 대우해줘야 산업평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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