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입증이 최대 숙제/장씨사건 수사 무엇이 남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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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실명확인 안한 CD거래 위반여부 규명/“김주승씨·관련기업 부도 연관” 가려야
금융가에서 파악되는 장영자씨의 어음부도·변칙예금거래로 인한 피해액은 최소한 5백억∼6백억원,최고 1천억원 규모다.
따라서 검찰이 24일 장씨를 특경가법 위반혐의로 구속했지만 그것은 최소한의 「구속요건」만을 갖춘 것이어서 이번 어음사기사건 진상규명 차원에서 검찰수사는 이제 시작단계로 볼 수 있다.
또 동화은행 등 몇몇 금융기관 직원들이 양도성예금증서를 실명확인없이 거래해준 부분이 금융실명제 긴급명령 등에 어긋나는 행위인지도 가려야하는게 검찰의 남은 일이다.
검찰 수사결과 장씨는 삼보신용금고 대출과 부산 범일동 땅 매매,하정임씨 명의의 예금 불법인출,부도수표 등 모두 2백15억5천만원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최영희씨를 얼굴사장으로 내세우고 장씨가 자금을 관리해온 유평상사 명의 당좌수표 32억원과 부도낸 어음 52억8천4백만원을 합하면 전체 조성자금은 3백억원을 조금 넘는다.
그러나 장씨가 검찰에서 밝힌 자금사용처는 ▲삼보신용금고 대출금 변제와 예금 ▲부산화학에 지급한 위약금 ▲하정임씨 대여금 반환 ▲세금·골동품구입비·생활비·소송비용 등 모두 1백33억원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생활비·소송비용·골동품구입비 23억5천만원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장씨의 주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조성자금과 사용액과의 차이 1백67억원,사용여부가 최종 검증되지 않은 23억5천만원을 합하면 행방을 추적해야 할 돈만도 최소한 1백90억원대가 된다.
또한 장씨가 어음발행 관여사실을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사위 김주승씨와 이벤트 꼬레·대명산업·포스시스팀 등 3개 기업이 1백95억8천만원을 부도내는데 장씨의 관련여부와 그 자금의 사용처도 밝혀야 할 입장이다.
여기에 24일 은행감독원이 적발한 99억5천만원 상당 미회수 수표·어음 등이 부도처리되면 검찰수사는 산넘어 산을 만나는 셈이다.
검찰은 또 전체 자금성 규모와 사용처를 밝힌뒤에도 전체부도액의 원인을 장씨의 사기행각 때문인 것과 단순 어음부도로 나누어야 하는 법률적 숙제를 안고 있다.
수표의 경우 부도났다는 결과만으로 처벌히 가능하지만 장씨의 어음거래는 수사를 통해 법률상 사기죄를 구성하는 요소인 변제능력도 없이 상대방을 속일 의사를 갖고 부도로 재산상 이익을 봤다는 사실을 모두 입증해야 한다.
24일 발부된 장씨의 범죄사실은 ▲지난해 9월 부산화학과의 땅거래 해지로 위약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서(변제능력없이) ▲같은 10월21일부터 11월3일까지 삼보신용금고로부터 『채권투자로 이익을 남겨 곧 갚겠다』면서(속여서) 부도처리가 확실한 어음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은 부분이었다. 또 대출받은 돈으로 약속대로 채권을 구입하지 않고 위약금과 골동품구입에 써버린 것도 장씨에게 사기의사가 있었음을 뒷받침해주는 법률적 근거가 됐다는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같은 이유로 이번 어음사기사건의 진원지격인 부산화학과 지급어음 부도는 사기죄를 적용하지 못했다.
결국 검찰수사는 은감원 특감이 끝나 전체 조성자금 규모가 드러나고 이에 대한 사용처를 쫓아 그 가운데 사기부분만을 찾아내 기소해야 하는 어려움을 앞에 두고 있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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