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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영장심사제에 볼맨 검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21일 사법위가 발표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와 기소전 보석제 도입 방침에 대한 검찰반응은 차가웠다.
대검의 한 간부는 사법위 건의와 형사소송법 개정은 별개 문제인데 법원측이 사법위의 비법조계 인사들을 부추겨 마치 곧 시행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탕주의식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고 혹평했다. 또 영장 실질심사제는 91년 열린 「사법제도 개혁 법관 세미나」에서 이미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스스로 불가 결정을내려 놓고도 개혁분위기를 틈타 끼워 넣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업무처리 기준과 보고체계 때문에 재량의 여지가 적지만법원은 오히려 전관(前官)예우다 뭐다 해서 믿기 어려운 사건처리가 많았다는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졌다.
검찰이 이처럼 이들 제도 도입에 반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영장 실질심사제를 시행하고 있는 美國은 24~48시간 정도의체포권을 수사기관에 부여하고 있는데 체포권 문제가 외면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해 구속인원이 15만명이나 되는 현실에서 기록심사에도 허덕이는 판사들이 어떻게 피의자를 일일이 불러 심문할 것이며 피의자 호송 인원이나 차량,법원내 심문실은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현실적 문제도 들고 있다.
더구나 사법위 건의대로 실질심사를 「임의적」으로 한다면 공정성 확보는 더욱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즉 변호사를 통해 「有錢심사 無錢무심사」가 될 경우 경제력이떨어지는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불신감만 더욱 깊게 할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어느 나라도 임의적 심사를 채택하는 경우는 없으며 실질심사를거치는 日本의 경우 영장 기각률이 1%미만에 불과해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 때문에 검찰은 「상징적 의미뿐 실효성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법원이 또 다시 이 문제 를 들고 나온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영장실질심사.구속적부심.기소전 보석제등과같이 혼란스럽고 중복돼 보이는 제도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 찬성이 80%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결과는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각종 시국.공안사건 처리와 잇따른 가혹행위 시비를 보아온 국민들의 검.경찰등 수사기관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그러므로 이같은 제도가 번거롭고 자존심 상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하더라도 검찰은 새 제도의 도입이 어렵다는 점을 내세우기에앞서 수사기관으로서 그동안 소임을 다하지 못해온 자업자득이라는점을 인식하고 반성하는 노력부터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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