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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위기 맞은 일 연정/참의원 「개혁법」 부결의 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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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구 조정에 사회당 일부 반기/법안 폐기땐 내각 총사퇴 택할듯
일본의 연립여당이 추진해온 정치개혁법안이 마지막 통과절차인 참의원 본회의에서 예상밖의 큰 표차로 부결됨으로써 일본 정국은 다시 큰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들게 됐다.
연립여당은 그동안 막후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 신생당 대표간사의 지휘아래 강수로 일관,개혁법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킨뒤 지난 19일 참의원 정치관계 특위마저 순조롭게 통과시켜 연립정부의 정치개혁법안은 성립될 것으로 보였으나 마지막 관문을 넘기지 못하고 좌절하고 말았다.
이날 표결에는 재적의원 2백51명중 2백48명이 참여했으며 연정 제1당인 사회당은 3명이 불참하고 17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또 연정내 민사·스포츠·국민연합계파에서 한명이 반대해 연정 이탈표는 모두 18표였다. 이에 따라 연립여당의 개혁법안은 자민당에서 5명이 개혁법안 지지로 넘어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부결되고 말았다.
이것은 개혁법안이 성립할 경우 당의 존립에 큰 영향을 입게 되는 사회당의 내부 분열을 사회당 지도부나 개혁파가 수습하지 못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으며 결국 선거구 조정이라는 의원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에서는 명분도 통하지 않는다는 의원 각자의 정치적 계산 때문이기도 하다.
연립여당은 법안이 부결됐다해서 즉각 내각이 총사퇴하거나 의회를 해산하지 않고 일단 자민당과의 협의를 통해 이번 국회회기내에 법안을 성립시킬 계획이다. 이미 정치개혁법안은 중의원을 통과했기 때문에 ▲중의원에서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거나 ▲중·참의원 양원 협의회가 수정안을 만든뒤 이를 다시 각각 표결해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다시 성립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연립여당은 사퇴를 하지 않으면 자민당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총리는 법안이 부결된 직후 곧바로 관저에서 다케무라 마사요시(무촌정의) 관방장관과 협의한뒤 연립여당 당수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대책에 대한 협의에 들어갔다.
연립여당은 자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해 법안이 폐기된다 하더라도 중의원 해산보다는 내각총사퇴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의원을 해산할 경우 ▲현재의 선거제도 아래서 해야 하는데다 ▲법안부결의 책임이 사회당에 있고 ▲연정하에서 예산을 2∼3번 편성,자민당과 지방기업간의 공공사업을 둘러싼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 연정의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 신생당 대표간사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이치카와 유이치(시천웅일) 공명당 서기장도 법안 부결후 『현 단계에서 중의원 해산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호소카와 총리에게는 결정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수를 무기로 정면돌파를 주장하며 국회에서 표결로 밀어붙이는 강수를 써온 오자와 신생당 대표간사도 이번 사태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그의 정국운영방식도 수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됐다.
대거 이탈자를 낸 사회당은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지도력에 결정적 타격을 입고 경우에 따라서는 좌우파가 분열되는 상태를 빚을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법안을 성립시키려면 자민당안을 그대로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 경우 연정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소선거제에 중점을 둔 자민당안은 사회당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당 의원들이 대거 반기를 든 것은 현재의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 2백74석,비례대표 2백26석을 골자로 한 소선구·비례대표 병립제로 바꿀 경우 사회당 의석의 대폭 감소를 가져와 보수양당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사회당은 일정한 지지계층이 있으므로 중선거구제나 비례대표중심제가 될 경우 현 의석을 유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선거제도 변경에 소극적이었다.
한편 자민당은 중의원 및 참의원 표결의 반란표에서 보듯 정치개혁추진파들이 적극적으로 제도개혁을 원하는데 반해 보수파들은 현 제도를 지지하고 있어 주도권을 쥔 정치개혁법안 협상에서 지도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입장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어느 경우든 지도부에 대한 비판으로 집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민당은 정권을 내놓은뒤 과반수에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으면서도 연립여당의 수에 밀려 질질 끌려온 상황에서 처음으로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정치적 승리를 거둔 것만은 분명하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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