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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실질심사제 도입/법관이 신문뒤 발부 결정/사법발전위 건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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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소전 보석제 신설도
불구속 재판원칙을 보다 충실히 지킬 수 있도록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와 기소전 피의자에 대한 보석제도의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사법제도발전위원회(사법위) 3분과위는 20일 법관이 피의자를 직접 신문하거나 사실조사를 한뒤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구속영장 실질심사제」 도입을 건의키로 했다.
분과위는 또 기소된 뒤에만 보석을 신청할 수 있는 현행 제도를 바꿔 구속후 바로 보석을 신청할 수 있는 「기소전 보석제」 신설도 건의키로 했다. 분과위는 이같은 내용을 다음달 16일 열릴 사법위 전체회의에 상정,대법원장에게 건의할 방침이다.
영장 실질심사제와 기소전 보석제는 도입여부를 두고 그동안 여러차례 논란을 빚어왔지만 사법위는 분과위 확정을 계기로 법무부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법개정 작업을 추진키로 했다.
영장 실질심사제가 실시되면 판사가 구속영장을 심리하다 피의자를 신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때 피의자 신문 날짜·장소를 검사에게 통지해 피의자 신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검사는 반드시 피의자를 출석시켜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판사는 그것만으로 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
현재의 영장발부는 판사가 수사기록만을 검토해 발부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영장 실질심사제가 실시되면 수사기관의 피의자 자백강요 시비 등이 줄어들게 된다. 사법위는 다만 판사의 업무과중 및 피의자 호송문제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에만 피의자 신문을 하도록 하고 피의자 소환과 수사편의를 위해 24∼48시간 정도의 체포권을 수사기관에 부여하는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한편 기소전 보석제는 현재 구속후 기소전 피의자에게만 해당되는 구속적부심과 기소된 피고인에게만 해당되는 보석제와는 별도로 법원이 구속은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 보증금 등을 담보로 석방할 수 있는 제도다. 사법위는 기소전 보석제도의 경우 원칙적으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되 도주·도피에 대비,민간사회단체와 협조해 신병을 감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해설/불구속재판 관행 확립… 피의자 방어권 보장/고문·자백강요 막아 수사단계서 인권보호
사법위가 도입을 건의키로 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제와 기소전 보석제는 피의자 인권보호를 바탕으로 형사법의 원칙인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확대가 목표다.
불구속 재판이 형사소송법의 명문규정은 아니지만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정신에 비해 구속부터 하고 보는 현재의 수사관행은 언젠가 깨져야 할 유산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구속사유인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고려되기 보다는 「구속=처벌」이라는 뜻에서 징벌효과라는 법감정에 따른 수사체제가 유지돼온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실적으로는 사소한 폭력사건이나 교통사고의 경우 피해자와의 합의여부가 구속과 불구속을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형사사건이 합의금을 둘러싼 민사분쟁에 악용돼 왔었다.
이에 따라 사법위가 영장실질심사·구속적부심·기소전 보석·기소후 보석제 등 일견 중복돼 보이는 여러 제도를 통해 불구속 수사와 불구속 재판의 관행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들 제도는 일단 고문방지·허위자백 예방 등 수사단계에서의 인권보장은 물론 피의자나 피고인의 실질적인 방어준비를 위해 행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도 획기적인 장치인 셈이다.
기소전 보석제도는 구속적부심이 구속당시와의 사전변경 여부를 비교해 허가되고 있는 실정에 비춰 보석허가 사유를 합리적으로 확대한다는 뜻이다.
즉 구속적부심은 부당한 구속을 막기 위한 제도이지만 기소전 보석제는 적법한 구속이라도 보증금 등 조건을 정해 석방토록 한다는 것.
한편 영장 실질심사제는 경제력있는 피의자만 변호사를 선임,실질심사를 받게 돼 유전무죄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구속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피의자를 체포해야 하는 모순 등 이견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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