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팅열전>음향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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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래전 모치약회사가 TV광고를 통해 「뽀드득」이라는 소리 하나로 대단한 히트를 친 이후 대부분의 치약광고에는 이같은 음향이 빠지지 않고 있다.
뽀드득이라는 소리가 주는 느낌,즉 깨끗하고 상쾌한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관능을 자극해 그 치약에 대한 구매욕구를 불러일으켰던 셈이다(사실 그 소리는 이빨이 부딪치는 소리가 아니라 고무풍선을 손으로 문질러 낸 소리였다).이처럼 어떤 제품의 광고효과를 위해 그 제품의 핵심 포인트가 될만한 소리를 활용하는 방법이 종종 시도되고 있는데 광고업계에선 이를「시즐」(Sizzle)이라고 부른다.
시즐은 고기 구울 때 나는 소리인「지글지글」의 서양식 표현으로 소비자들이 정육점에서 쇠고기를 살 때 실상은 프라이팬에서 구워지는 모습을 연상하고 있으므로 광고에서는 굽는 소리를 키 포인트로 해야 한다는데서 개념이 붙여진 것이다.
요즘 한창 경쟁이 치열한 세탁기의 경우는 물살이나 물방울이 때를 빼는 장면과 함께「뿔룩뿔룩」하는 소리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이 광고에서는 바로 이 소리가 시즐에 해당하는 셈이다.물론 이 소리는 소리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실 제 나는 소리 대신 물컵에 빨대를 넣어 입으로 부는 소리가 사용됐다.이같은 음향효과는 다른 광고의 시즐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용되고 있다. 예컨대 콜라나 사이다의 병 따는 소리는 풍선을 터뜨리는 것,라면이나 조미료광고의 뽀글뽀글하는 소리는 신문지조각을 가득 넣은 물대접에 빨대를 넣어부는 것,과자를 씹는 소리는 과자를 손으로 부수는 것,기름에 튀기는 소리는 셀로판지를 비비는 소리로,탄산음료의 거품이 터지는 소리는 TV방송이 끝났을 때 나오는 소리로 대신한다.물론 드링크제를 마실때 나는 꿀꺽꿀꺽 소리처럼 실제음이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 또한 식도쪽 가슴에 청진기를 대고 녹음하는등 가공의 절차를 거치 게 마련이다.최근에는 시즐의 개념도 확대돼 필름조작을 통해 리모컨에서「쓩」소리와 함께 광선이 발사되는 장면을 가리켜「시각적 시즐」이라고 부르기도한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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