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제고 “첨병” 다짐/안기부 새해 업무보고서 변화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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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보중심 벗고 경제정보 수집 총력/「우물안 개구리」식 구태벗을지 주목
안기부가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지난 정기국회에서 안기부법이 통과되어 정치활동이 금지된데다 국회 정보위의 탄생으로 과거의 안기부로는 더이상 버티기 힘들게 되었다.
또 비록 우리는 남북관계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나 냉전체제의 붕괴로 미국의 CIA 등까지도 안보중심에서 경제정보 중심체제로 바꾸는 대외적인 환경변화도 무시할 수 없었다.
○간부 대폭 물갈이
이러한 대내외적 변화가 싫든 좋든 안기부를 변화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몸짓이 안기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내비치기 시작했다.
김영삼대통령은 18일 국가안전기획부를 방문,새해 업무계획을 보고받고 직원식당에서 안기부요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김 대통령은 『아제는 법 시비도 없어졌고,따라서 당당하고 떳떳한 국가기관이 됐다』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근무할 것을 역설했다.
안기부는 지난해 2월 김덕부장 취임이후 『그간의 권력기관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보기관 본연의 모습에 다가서야 한다』 『이제 국민을 감시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속에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전문정보기관으로서 재탄생되어야 한다』는 외압에 의해 대대적인 수술을 감수했다.
4개 차장보 직제와 정치사찰의 본산으로 지목돼온 국내 부서를 폐지·축소하고 16개의 지방출장소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더불어 지원·관리부서를 단일화하는 등 기구를 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대대적인 인적 수술을 병행,지난해 국장급 핵심간부 3분의 2를 물갈이 한 것을 포함해 엄청난 인원의 교체·이동이 있었다.
물론 30년 이상의 권력지향의 타성 때문에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직권남용죄와 정치관여죄를 신설·강화하는 안기부법이 통과됐을 때는 내부적으로 술렁거리기도 했지만 국민정서상 현실을 수용하지 않고는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이 이들을 변화로 몰았다.
국내외 대공분야를 강화하면서 과학기술·전산보안 등 새로운 활동영역을 개척하고 테러·마약 등 국제범죄조직에 대한 정보수집 및 방첩활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대세에 따른 변신
민간부문에 대해 정보공개와 민간과 정보공유체제도 확립하겠다는 포부도 피력했다.
김 부장의 새해 업무계획에서 이런 것들은 잘 나타난다.
김 부장은 안기부를 안보중심에서 경제중심의 정보체제로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보력 강화에 최우선을 두고 ▲국가간 경쟁을 중심으로 하여 정보목표를 조정하고 ▲정보의 기획·생산·관리체계를 재정비하고 ▲정보 수집·분석·대처능력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 국가기밀·첨단기술 유출방지와 산업기밀 보호활동을 펴나가는 동시에 민간에 대한 정보서비스 기능을 확충하겠다고 보고했다.
미국·프랑스 등 정보기관들이 이미 경제정보의 확보와 이의 보호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출발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안기부의 고위관계자는 『007식의 기대는 곤란하지만 첨단과학기술·산업정보의 수집과 이들 자료의 대민서비스는 점차 궤도를 찾아가고 있다』며 안기부의 실질적인 변모를 강조하고 있다.
이 경우 우리의 요원을 외국에서 산업스파이로 인식,기피하는 사태를 우려해 조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과기분야도 개척
김 대통령은 안기부의 이같은 변화노력에 화답,경쟁시대에 있어 생산의 기본은 토지·노동·자본 등 종래의 3대 요소에 정보를 더한 4대 요소라며 「정보가 국력」인 시대에서의 그들의 역할을 고무·격려했다.
그러나 「우물안 개구리」식의 구태에서 탈피,미 CIA나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같이 역량을 갖춘 정보기관으로 성장하기에는 요원한 실정이라는 평가다. 금년말로 이문동시대를 마감하고 강남시대를 맞는 안기부가 업무보고에서 변신을 약속했으나 결과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김현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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