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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공수정 거센 논란-선택 자유.아기제조 찬반 엇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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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7면

흑인여자가 순수한 백인아기를 낳을수 있는가.또 낳을수 있다면도덕적으로 혹은 인간의 정서적으로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 최근 英國에서는 한 산부인과 진료소가 흑인여성이 백인아기를수태할 수 있도록 하는 인공수정을 추진중이라고 발표,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권단체와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아기 제조」라고 몰아붙이며 이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의료계에서는 신체여건상 난소를 생산하지 못하는 여자에게 인공수정으로 아기를 갖게해주는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할성질이 못되며 더구나 더 좋은 아기를 갖겠다는「선택의 자유」를제한할 수는 없다고 맞서고 있다.논란의 시발은 이렇다.
케임브리지의 산부인과 진료소인「본 홀 클리닉」은 난소를 생산하지 못하는 한 흑인여자로부터 난소은행의 난소와 백인인 자기 남편의 정자를 자신의 자궁에 인공수정시켜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진료소측은 흑인에게서 기증받은 난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이들 부부가 백인 아기를 낳고 싶다는 희망을 보임에 따라 백인의 난소를 이용,인공수정시킨 다음 흑인여인에게 수태시켜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진료소측 계획이 알려지자 인권단체등에서는『원하는 인종으로 아기를 제조해서 낳는 비인간적 행위를 조장하게될 것』이라며 강한 반발을 나타냈다.
계획단계부터 이처럼 비난이 쏟아지게 된데는 얼마전 이탈리아에서 흑인여인이 백인 아기를 낳았다는 보도가 있은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
보도에 따르면 자궁종양으로 난소를 생산하지 못하는 이탈리아의한 흑인여인은 백인인 남편의 정자와 기증받은 백인여자의 난소를인공수정받아 이를 임신한 끝에 완전한 백인아기를 낳게 되었다는것. 영국의 일부 의료계에서는 고령.질병등의 이유로 난소를 만들지 못해 기증된 난소를 공급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으나 흑인여인으로부터 받은 난소가 절대 부족해 같은 인종을 공급하는데 지장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의 료계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흑인이 백인을 낳는다는 것은 생명을 제조하는 행태』라며 생명의 순리를 저버리는「골라낳기」는 있을수없는 일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영국하원 보사위원회 데임 나이트위원장은『부부가 자식의 인종을고른다는 것은 명백한 생명제조행위이며 이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옹호세력도 만만치 않다.노동당의 데이비드 블런켓대변인은『아이들의 미래를 재미삼아 조 작하는 행위는규탄 받아야 하겠지만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부부가 어떤 난소를공급받느냐 하는 것은 선택의 자유에 속할수 있다』며「아기제조」라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번 논란은 불임으로 고통받는 부부들에게 희망을 주는「의료기술」이라는 주장과「아기제조」라는 비난이 팽팽히 맞서 어느쪽으로 기울어질지가 관심거리다.
〈李元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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