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분뇨 그대로 방류/상·중류/처리장들 67%만 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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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용량 적은데다 시설 낡아/인력 모자라 미화원 2명이 가동도/부산·경남 수돗물 수질 다시 악화/댐 방류로 하천변 오염물질 섞여
【부산·대구·창원=강진권·김상진·홍권삼·김기찬기자】 대구·경북 등 낙동강 중·상류지역 분뇨처리장들의 처리용량이 분뇨발생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시설이 낡은데다 전문인력난까지 겹쳐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채 방류되고 있는 분뇨가 낙동강오염의 숨은 주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하루 평균 3천41㎘의 분뇨가 나오고 있으나 이중 2천38㎘(67%)만 정화처리되고 나머지 5천여드럼은 중간처리단계만 거치거나 아예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에는 현재 분뇨처리장 28개가 있으나 17개소는 시설용량 부족으로 처리되지 않은 분뇨를 그대로 방류하고 있으며,군위군 등 7개 군지역은 아예 처리장 조차 없어 인근 시·군 처리장에 위탁처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상수원 오염사고의 진원지인 경북 달성군 고령분뇨처리장의 경우 하루 평균 분뇨발생량이 53t이지만 처리용량은 35t(66%)에 불과하며,낙동강 상류인 안동군의 분뇨처리율은 전체의 33.3%인 10t에 불과하다.
분뇨처리장 가동 전문인력도 크게 모자라 고령군 분뇨처리장은 기술직 공무원 한사람도 없고 환경미화원 2명을 기능직 공무원으로 채용,가동을 맡기고 있다.
또 첨단 처리방식인 액상 부식법으로 분뇨를 처리하는 예천군 분뇨처리장도 기술부족으로 지난해말 허용기준(1백㎖당 3천마리)의 6배에 가까운 1만7천마리가 든 오수를 내 보내다 환경청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시설노후로 처리능력이 떨어지는 곳도 많아 77년 건설된 대구시 위생처리장의 경우 87년부터 시작된 증설공사로 하루 1천1백㎘의 처리용량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는 9백㎘만 처리하고 있다.
특히 분뇨처리장의 경우 부식이나 불순물로 인해 부품을 자주 바꿔야 하는데도 예산이 없어 불가능한 실정이며 이 때문에 건설된지 10년이 지난 경북지역의 노후처리장 12곳은 시설용량마저도 처리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편 낙동강 상수원 오염사고 이후 안동·합천·남강댐 등 상류댐 방류량의 대폭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때 호전기미를 보였던 부산·경남지역 수돗물 수질이 다시 악화돼 악취파동이 15일째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그 이유와 원인을 밝혀내지 못한채 상류댐 방류량이 늘면서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침전물과 하천가 오염물질이 함께 떠 내려와 수질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17일에도 낙동강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정수장들의 암모니아성 질소(분뇨성분) 오염치(음용수 수질기준치 0.5PPM)가 ▲부산 덕산정수장에서는 원수 1.54PPM,정수된 물 0.76PPM ▲부산 화명은 원수 1.16PPM,정수 0.73PPM ▲경남 함안 칠서는 원수 1.2PPM,정수 0.7PPM으로 모두 음용수 허용기준치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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